10월부터 의료기관·검진기관 등 통해 일반인과 희귀·중증질환자 각종 생명정보 확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 50대 남성 A씨는 건강검진을 하러 검진센터에 갔다가 상담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의사는 A씨에게 '당신의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질병 이력과 현재의 생활 습관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더니, 이대로라면 3년 안에 당뇨병이 생길 확률이 67%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의사는 지금 당장 술과 담배를 끊고 식단을 고치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발병 확률이 8% 이하로 확 줄어들 것이라며, 식이요법과 체중조절 처방을 A씨에게 내렸다.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런 개인 상황에 맞춘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에다 식사와 운동 습관 등 생활하면서 생산하는 각종 건강정보를 합친 '바이오 빅데이터'를 대대적으로 구축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기 때문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단장 백롱민)이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10월부터 의료기관과 건강검진기관 등 모집기관과 협력을 통해 일반인과 희귀·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각종 생명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로 구축한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범부처가 참여해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한국보건의료정보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부문별로 구체적 사업을 맡는다.
사업단은 1단계로 국비 6천39억원과 민간자본 26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5년간 77만2천명의 혈액·조직·소변 등 검체를 채취하고, 임상 정보와 공공데이터, 개인 보유 건강정보, 유전체 정보 등을 통합한 양질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생산해서 '바이오뱅크'와 '데이터뱅크'를 만들 계획이다.
이후 2단계로 2032년까지 총 100만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해서 의료·학계·산업 등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개방,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질병 예방과 개인 맞춤 의료 등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사업단은 1단계에서 참여자들의 동의를 받아 일반인(58만5천명)의 혈액과 소변 등을 검진센터에서 채취하고, 희귀·중증질환자(18만7천명)의 암 조직 등 검체는 의료기관에서 수집한다.
건강 상태를 묻는 설문 항목을 통해 검진과 진단, 진료 정보도 확보한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처방 명세와 접종 및 진료 내용 같은 공공 데이터도 모은다.
나아가 참여자가 직접 측정한 혈당이나 혈압 정보, 스마트워치나 휴대전화로 기록한 걸음과 수면 등 개인의 일상 건강정보(라이프 로그)도 수집한다.
특히 이 가운데 34만명의 전체 유전체(WGS)를 분석해 데이터뱅크에 담는다.
즉, 유전체·단백체·대사체·전사체를 아우르는 '오믹스 데이터'를 모아서 유전 정보는 물론이고, 단백질의 서열과 대사 물질의 종류, 발현되는 유전자의 종류까지 종합적인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를 활용하면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고, 특정 유전자를 표적해서 치료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보 제공자에게 유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른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해 질병 예방과 치료를 돕는 등 각종 혜택을 줄 계획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AI를 비롯한 각종 기술을 적용해서 '맞춤형 정밀 의료'를 구현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희귀난치병을 극복하는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국가 전략 자산을 확보해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위기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또 이렇게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질병을 조기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됨으로써 고령화 시대 의료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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