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신인 배우 배현성(25)이 순박한 청년에서 차가운 남성으로 돌아왔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2'(강은경 극본, 정동윤 연출)은 2024년 서울, '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공개되면서 현대로 무대를 옮긴 만큼 새로운 인물인 승조(배현성)의 등장도 관심을 끌었다. 배현성이 연기한 승조는 촉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특수한 능력으로 호재(박서준)와 채옥(한소희)을 쫓는 등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낯설지 않게 녹아드는 데에도 큰 몫을 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배현성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최근에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새로운 장면들도 많이 보였다. 오디션에 붙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됐는데,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그렇게 시즌1에 이어 시즌2에 합류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성크리처'는 시즌1과 시즌2를 통틀어 7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그동안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던 강은경 작가에 '스토브리그'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정동윤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는 톱스타 배우인 박서준과 한소희의 합류가 화제를 모으기도. 배현성은 그런 작품에 자신의 합류가 폐가 될까 두렵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합류하게 됐을 때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새롭게 합류하는 인물이기도 했고, 승조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연기적으로 부담감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현성은 선한 눈빛에 예쁘장한 얼굴 등 미소년의 이미지를 간직해왔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등을 통해 반듯한 이미지까지 챙겼다. 그런 그가 냉철하게 상대를 처리하는 크리처로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 낯설에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바. 배현성은 "저에게 처음 보는 눈빛 같은 것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액션 스쿨도 열심히 다니면서 준비해 촬영에 임했다. 처음 보는 눈빛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면서 "저도 처음 해보는 느낌의 캐릭터였고, 걱정도 컸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감독님과 승조 캐릭터에 대해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제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현성은 정동윤 감독과 캐릭터 분석을 꼼꼼히 마무리하며 촬영에 임했다. 그는 "승조가 처음에는 위협적이고 무자비하고 공격적이지만, 서사가 나오고 감정이 드러나면서 양쪽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잘 살려보자고 했다. 악할 때는 장난스럽지만 갑자기 싸해지는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고, 감정적이고 슬플 때에는 기존에 했던 연기를 조금 더 보여주자는 얘기를 나눴다. 슬픔이 있는 눈이 승조의 마지막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극중 박서준이 연기한 호재와의 독특한 관계도 시선을 끌었다. 일종의 '사랑'을 보여줄 정도로 의지한 모습. 배현성도 호재를 향한 승조의 감정을 일종의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승조는 사람들을 해치고 무자비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호재 형을 만나고 사람답게 사는 것을 배우게 된다. 호재 형은 처음으로 승조를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일종의 사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승조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실험체로 길러져왔기에 마에다(수현)에게 온전히 인정도 받고 싶었고 사랑도 받고 싶었고, 나라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 호재 형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 승조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간에 잃었던 호재를 다시 되찾고 싶었던 마음도 사랑의 연장이었다. 배현성은 "호재 형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전승제약에서는 죽었다고 했는데 내가 찾던 호재 형이 맞나 싶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찾았는데, 기억을 잃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까 기억을 찾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 그런데 마에다가 호재가 채옥을 죽이게 하자고 했잖나. 그런데 호재 형이 힘든 것을 보기 싫으니까 내가 채옥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호재 형이 힘든 건 보기 싫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서준과의 관계도 이와 같았다. 평소에도 같은 소속사(어썸이엔티)의 식구로서 박서준에게 의지해왔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며 성장했다는 것. 배현성은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잘 챙겨주셔서 너무 좋다. 같은 작품을 하면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다"며 웃었다.
'경성크리처2'는 그동안 순박한 얼굴을 보여줬던 배현성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처음에 나 사장님 바에서 은제비 이야기를 할 때 그 장면이 승조가 처음 얼굴이 등장하고 대사를 하는 장면이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싸한 눈빛이나 웃는데 웃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승조 같은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런 역할이나 액션에도 관심이 생겼다. 더 그쪽에 연기를 보완할 정도로 많이 해서 더 센 역할을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액션신 전에는 기대가 너무 컸고, 성취감이 많이 느껴져서 다음에 더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드디어 왔구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아들'을 꿈꾼다는 배현성은 "넷플릭스의 아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사실 이 작품을 할 때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대작에 유명한 선배님들이 나오시니까. 제가 들어가서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액션 연기가 처음인데 부담도 걱정도 됐지만, 액션 감독님이 '잘했다'고 해주시는 걸 보니 좋았던 것 같다. 저에게서 처음 보는 눈빛이나 표정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와는 다르다 보니, 연기할 때도 신기한 느낌이 있었고 모니터를 봤을 때에도 처음 보는 표정이 나올 때 '나도 저런 걸 할 수 있구나'를 느낀 것 같다. 그런 걸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 앞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