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결국에는 본성을 드러냈다. 손흥민(32)에게 레전드 대우를 전혀 해주지 않을 전망이다.
토트넘 구단과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손흥민은 '레전드'가 아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넘어온 '비유럽계 용병'일 뿐이다. 오랜 기간 팀을 위해 헌신해온 것이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 역사에 남을 기록을 달성한 것은 안중에도 없다. 결국에는 헌신짝처럼 버릴 계획이라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다.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1년 계약연장'을 제시할 전망이다. 장기계약은 없다. 손흥민이 1년 연장된 기간에도 변함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클래스 활약을 펼친다면, 혹시 그때가서 다른 제안을 보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손흥민을 딱 1년만 쓰고 버리겠다는 플랜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손흥민은 구단과 재계약에 관해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이 사실상 손흥민을 '작별예정 선수'로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매체 스탠다드는 26일(한국시각) 토트넘 전담 기자인 댄 킬패트릭의 말을 인용해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한다. 2024~2025시즌 종료 후 1년 연장 옵션을 구단이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트넘이 마지막까지 손흥민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구단에 유리한 대로만 움직인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그간 두 번의 계약 연장을 성사시켰다. 2025년 6월에 계약이 종료된다. 때문에 1년 전 혹은 늦어도 계약 만료 1년 전인 지난 6~7월경 여름 이적시장 때 손흥민과의 재계약이 발표됐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토트넘은 아무런 제스추어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손흥민은 유혹을 이겨냈다.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손흥민에게 총 1700억원이 넘는 초거대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의리'를 앞세워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토트넘 구단은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토트넘 소속으로 총 164골을 기록해 구단 역대 득점 순위 5위에 올라와 있지만, 구단은 별다른 손흥민을 '리빙 레전드'로 취급하지 않는다. 한국 팬들에게 유니폼을 팔기 위한 '마케팅 홍보'용으로 홈페이지에 그럴듯한 문구를 올려놓긴 해도 정작 손흥민에게는 기록에 걸맞는 대우를 하지 않는다.
이는 그간 손흥민 측과 토트넘이 새로운 재계약에 관해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손흥민이 직접 밝혔으니 팩트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최대한 실력을 뽑아 쓴 뒤에 미련없이 헤어지는' 외국인 선수 중 한명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 이상 토트넘에 애정과 충성심을 보낼 필요가 없다. 손흥민도 이제 자신의 새 커리어를 어디서 펼칠 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토트넘과의 인연은 이제 끝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