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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차용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비슷한듯 다른 행보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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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로를 닮아간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게임사이다.

스타 개발자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연결 고리로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라는, 이제 출시 30주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장수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비롯해 미국 게임사 EA 인수를 위해 2010년대 초반 지분 거래를 하며 동업에 나서는 등 공통 분모가 많다. 엔씨소프트가 MMORPG를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넥슨은 캐주얼게임이 다수였고, 정액제 요금제나 부분 유료화처럼 다른 비즈니스 모델(BM)로 성장했다는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물론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한 후 갈라져 '앙금'은 남아 있지만, 이후에도 넷마블을 비롯해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신흥 강자들이 부상하기 전까지 한국 게임산업을 이끈 '쌍두마차'였음은 분명하다. 넥슨이 올해 국내 게임사 첫 4조원 연매출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2년 이후 12년만에 분기 적자를 걱정할 정도로 분위기는 상반된 상황이지만, 두 회사 모두 이런 부침 사이클을 견뎌내며 4반세기(25년) 이상을 생존해 왔기에 언제 처지가 뒤바뀔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두 회사는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는 모양새다. 반드시 의도된 것은 아닐지라도 그만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나름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매출 규모에 맞게 대형화

넥슨은 오는 10월 20일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을 초청해 실제 오프라인 경기를 갖는 '아이콘 매치'를 주최한다.

드로그바, 퍼디난드를 비롯해 베르바토프, 비디치, 카카, 마스체라노, 피구, 야야 투레 등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에서 은퇴 선수들로 구성된 '아이콘 클래스'에 속하는 스타들이 한데 모여 창과 방패 콘셉트로 경기를 펼치는 이색 매치다. 공격수로만 구성된 '창팀'과 수비수로만 이루어진 '방패팀'에 각 11명의 선수들이 소속되는 말 그대로 '게임과 같은' 경기를 펼쳐보이는 것이다.

이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지난 2011년 창단,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한번에 높인 엔씨소프트의 전략을 차용한 대형 스포츠 마케팅 행사이기도 하다. 넥슨은 그동안 유소년 축구 선수 지원 프로그램이나 K리그 후원, 유명 해외 감독과의 예능 콘텐츠 등 축구 게임을 실제 축구 경기와 결합한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한데 이어, 게임사로선 이례적인 대규모 스포츠 빅 이벤트까지 시도하며 온오프라인 축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넥슨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더 파이널스'는 스웨덴 게임사이자 자회사로 편입한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팀 기반 FPS게임이다. 넥슨은 그동안 주로 국내 게임사를 인수합병해 IP와 인력을 늘려 왔는데, 수년 전부터 그 대상을 해외로 확장한 가운데 비로소 본격적인 결과물까지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규모가 커진 대형 국내 게임사들을 비롯해 글로벌 게임사들이 IP 확보를 위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전략이지만, 국내의 경우 엔씨소프트가 지난 2002년에 인수한 북미 기반의 개발사 아레나넷이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레나넷에서 개발한 '길드워' 시리즈로 해외 MMORPG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현지 인력을 대부분 활용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는 상당히 다른 북미와 유럽 유저들의 성향과 문화에 맞는 게임을 개발했다는 면에서 분명 선도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세분화

넥슨이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주도했던 '매크로'(거시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마이크로'(미시적) 방법론을 차용하고 있다.

창업 후 20년 가까이 대부분 자체 인력을 활용, MMORPG와 같은 대형 IP 개발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IP를 잘개 쪼개서 캐주얼게임까지 만드는 확장 등 장르를 다변화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국내 게임사와의 협업 혹은 인수합병을 통한 IP 확보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유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방향성을 조금씩 수정하는 것도 예전 엔씨소프트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리니지M' 시리즈를 중심으로 회사의 매출 비중이나 전반적인 산업 구조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옮겨간 이유도 있지만, 10여년만에 다시 맞닥뜨린 기업의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이기도 하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전문 경영 CEO인 박병무 대표를 영입, 김택진 대표와 공동으로 사령탑을 맡게 하고 개발 이외의 회사를 분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넥슨은 2000년대 중반, 이미 지주사인 NXC를 만들고 넥슨 일본법인과 넥슨코리아로 나눠 개발과 경영에 특화된 CEO를 계속 번갈아 내세우며 다양한 내외부 인력과 IP를 확보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이 더욱 격화된 최근 수년간 분명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기에 엔씨소프트가 일부 벤치마킹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블레이드&소울' IP의 3년 전을 배경으로 캐릭터를 캐주얼게임에 맞게 변형한 수집형 MMORPG '호연'을 지난달 출시했고, 지난 10일에는 자사의 크로스플레이 플랫폼인 '퍼플'을 외부에 적극 개방해 다른 회사들의 온라인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그 첫 시작으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 4종의 게임을 퍼플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하는 또 하나의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의 4분기 출시를 예고했고, '아이온 클래식'을 이용권 구매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접속 무료화를 시작하며 '블레이드&소울'의 판타지 배경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한 새로운 서버 'BNS NEO'를 10월 16일 출시하는 등 IP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예전에 보기 힘든 서비스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