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뜻밖의 부상이 '코리안 드림'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KIA 타이거즈와 에릭 스타우트의 짧은 동행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스타우트는 19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2-0으로 앞선 2회말 3실점 후 2사 2루에서 정수빈에 볼넷을 내준 직후 마운드 앞에 쓰러졌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스타우트는 다시 투구 자세를 취했지만, 더 이상 무리라는 판단 하에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튿날 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KIA는 20일 "스타우트가 구단 지정 병원에서 MRI 검진 결과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타우트는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예정. 1군 엔트리 말소 후 재등록까지 열흘이 소요되는 가운데, KIA가 오는 2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치르는 점을 고려할 때 두산전은 스타우트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등판이 됐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 SSG전에서 페넌트레이스 조기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타우트는 가을야구행 대신 귀국길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턱관절 골절상을 한 제임스 네일의 부상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던 터. 임무는 페넌트레이스까지 네일의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이었다.
한국행은 스타우트에게 큰 결단이었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CPBL)에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그는 올해 중신 브라더스와 계약했고, KIA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10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대만 생활을 포기하고 시한부 대체 선수로 한국에서 뛰는 쪽을 택했다.
짧은 기회 속에서도 스타우트는 최선을 다 했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에 그쳤다. 하지만 7일 광주 키움전에서 5이닝 6안타 2볼넷(1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고, 14일 광주 키움전에서도 5⅓이닝 3안타 1볼넷(1사구) 6탈삼진 1실점 비자책으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막판으로 향하는 시점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선보였고, 팀과 하나가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부상으로 막을 내린 KIA와의 동행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상 시즌을 마무리 지은 스타우트가 내년에도 KBO리그에 선을 보일지는 미지수. 3주간의 짧은 동행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확인하기에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다만 '시한부' 꼬리표를 달고도 리그에 적응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그의 자세만큼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