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가 이제는 2024시즌 '1인자'의 자리를 노린다.
50-50도 달성했는데,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2인자'에 만족할 수는 없다. 그 '일인'은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다.
오타니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홈런과 2도루를 추가하며 50홈런-50도루 고지를 넘어섰다. 149년 메이저리그(AL/NL) 역사상 처음으로 50-50 클럽을 개설한 것이다.
ESPN은 오타니의 50-50 달성에 대해 '로알 아문젠이 남극을 정복하고, 찰스 린드버그가 무착륙으로 대서양을 횡단하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것과 같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가장 불가능한 선수가 불가능한 업적을 이뤄낸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달 8월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오타니는 40홈런과 40도루를 동반 달성했다. 50홈런과 50도루도 한 경기에서 동시에 달성했으니, 메이저리그 역사상 어떤 기록도 이보다 극적이고 빛날 수는 없을 것이다.
40-40은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의 147경기에서 21경기를 단축한 126경기 만에 해냈다. 이날은 오타니의 시즌 150번째, 팀으로는 153번째 경기였다.
6타수 6안타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오타니는 이제 타율 0.294(599타수 176안타), 51홈런, 120타점, 123득점, 51도루, 출루율 0.376, 장타율 0.629, OPS 1.005, OPS+ 181, 92장타, 377루타를 마크하게 됐다. OPS 1점대를 탈환한 것은 지난 8월 15일 이후 36일 만이다. 타율도 9월 들어 최고치에 다다랐다.
이날 현재 오타니의 공격 각 부문 순위를 보자. 일단 양 리그를 합쳐 드디어 저지를 제치고 장타, 루타 1위에 올랐다. NL에서는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OPS 1위를 질주했다. bWAR은 7.8로 NL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맷 채프먼(6.8)과의 격차를 1로 벌렸다. fWAR은 7.2로 NL 1위 뉴욕 메츠 프란시스코 린도어(7.4)에 0.2차로 다가섰다. 역전이 보인다.
오타니의 남은 시즌 타깃은 누가 뭐래도 저지다. 저지는 타율 0.321(536타수 172안타) , 53홈런, 136타점, 114득점, 출루율 0.455, 장타율 0.687, OPS 1.142, OPS+ 218, 89장타, 368루타를 기록 중이다. bWAR은 9.9로 양 리그를 합쳐 압도적인 선두다.
오타니는 홈런, 타점, 장타율, OPS, OPS+ 부문서 저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2개차로 좁혀진 홈런 경쟁이다.
저지가 지난달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2홈런을 몰아치며 51개를 마크했을 때만 해도 오타니의 홈런은 41개로 10개 차이였다. 당시 저지는 절정의 장타력을 이어가고 있어 오타니가 따라잡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직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저지는 콜로라도전 이후 16경기 연속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긴 기간 홈런포가 침묵한 것이다. 지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만루홈런으로 19일 만에 대포를 추가해 52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 보스턴전에서 시즌 53번째 홈런을 친 저지는 이후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지 못해 다시 침묵 모드로 들어섰다.
반면 오타니는 홈런 추가 속도가 꾸준하다. 8월 27경기에서 12개를 쳤고, 9월 들어 17경기에서 7개를 날렸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적용하면 오타니는 54홈런, 저지는 56홈런을 각각 기록할 수 있다.
오타니와 저지는 지난해까지 AL에서 최고의 자리를 주고 받았다. 오타니가 2021년 투타 겸업 신화를 쓰며 만장일치 MVP에 오르자 저지는 2022년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쳐내 MVP를 가져왔다. 그리고 지난해 저지가 부상으로 두 달 간 쉬는 사이 오타니는 또다시 투타에서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생애 두 번째 MVP를 거머쥐었다.
올해 오타니가 NL로 옮겼지만, 둘 간의 최고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경쟁에 양보는 없다. 2개차로 좁혀진 홈런 레이스에서 오타니가 저지를 따라잡을 지 남은 시즌 최대 관전포인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