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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2㎞→142㎞ 3구 삼진' 무려 50㎞ 차이라니... 느린 직구를 150㎞로 보이게 하는 마법. 임찬규에게 물어봐[부산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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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직구가 빠르지 않아도 빠르게 보이게 할 수 있다. 변화구를 얼마나 적절하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

LG 트윈스 임찬규가 직구를 빠르게 보이도록 던지는 투수 중 하나다. 임찬규의 직구는 대부분 130㎞대 후반에서 140㎞대 초반대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더한다.

직구의 비중은 그리 높지가 않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30% 정도를 던진다. 공이 빠른 투수들이 직구 비중이 50%를 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공이 빠른 투수들은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를 결정구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임찬규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를 결정구로 던지는 일이 많다. 구속이 느린 변화구를 많이 던지다가 갑자기 직구를 던지면 타자에겐 직구가 실제 구속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느껴진다.

임찬규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서 무려 50㎞의 구속 차이를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을 탄생시켰다.

2회말 2사후 롯데 6번 나승엽과의 대결이었다. 임찬규는 초구에 무려 103㎞의 느린 커브를 던졌다. 가운데로 왔지만 생각하지 못한 느린 공에 나승엽은 그냥 지켜만 봤다. 스트라이크. 임찬규는 2구째 더 느린 커브를 던졌다. 92㎞가 찍혔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낮게 떨어지는 볼이었다. 나승엽이 늦게 반응을 해 배트를 휘둘렀고 밑에 맞아 파울이 됐다. 2스트라이크.

임찬규는 3구째 빠른 공을 던졌다. 142㎞의 직구를 바깥쪽으로 던졌다. 2구째커브와 무려 50㎞의 차이가 났다. 나승엽은 반응하지 못했고, 이 공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라인에 찍히며 루킹 삼진이 됐다.

임찬규는 이날 6⅔이닝 동안 7안타를 허용했지만 볼넷을 1개만 내주고 4개의 탈삼진과 함께 1실점만 기록하는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내려와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8회초 문보경의 동점 솔로포로 패전은 지워졌다.

이날 최고 137∼144㎞를 찍은 직구를 38개 뿌렸고, 커브를 29개, 체인지업을 29개, 슬라이더를 3개 뿌렸다.

LG 염경엽 감독은 올시즌 케이시 켈리의 구속이 떨어지자 임찬규처럼 던져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켈리가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으니 직구 위주로 카운트를 잡지 않고 변화구 위주로 던져야 직구가 느려도 빠르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투수들에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임찬규의 피칭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