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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드래프트만 쳐다볼래? '팀 2루타·3루타 1위, OPS 2위' 이런 시즌이 또 올까…롯데에겐 '위닝 스피릿'이 필요해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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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가을야구는 매년 열리지만, 모든 팀이 그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번번이 그 문턱에서 떨어지는 팀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차라리 내년 드래프트를 노리고 성적을 떨어뜨리는게 낫다' 이른바 '탱킹'을 원하는 흐름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어쩌면 최근 거듭된 1순위 유망주들의 미국행으로 가장 손해를 본 팀일지도 모른다. 2023~2024년 2년 연속 전체 3번픽을 쥐었지만, 심준석(마이애미 말린스) 장현석(LA 다저스)이 잇따라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순번이 하나씩 밀린 꼴이 됐다.

김민석, 전미르를 비롯한 좋은 유망주들을 뽑았다. 하지만 한순번 앞의 윤영철(KIA 타이거즈),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쳐다보는 팬들의 목마름을 달래기엔 부족함이 있는게 사실이다. 고작 정규시즌 10경기를 남겨둔 지금, 롯데가 5강 진입을 노리기엔 만만찮은 것도 맞다. 7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의 위기다.

하지만 일부 팬이나 야구계 일각의 이 같은 시선은 노골적인 탱킹 운영을 펼치던 시절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조차 발끈했던 것. 수베로 전 감독은 2021년 9월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심준석 뽑아야하니 이기면 안된다'는 SNS 다이렉트메시지(DM)'이 쏟아진다며 "일부러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리빌딩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유망주들에게 승리를 향한 DNA를 하나하나 심어줘야한다는 다짐이었다.

패배를 노리는 야구가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할 당시 롯데팬들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원래 시즌전 전력 자체도 5강권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령탑의 개인기로 어렵게 따낸 승리가 적지 않다.

올해는 유망주로 가득한 롯데 타선의 잠재력이 대폭발한 해다. 올해처럼 타선이 제대로 터지는 해도 드물다. 올해 롯데의 팀 홈런은 7위(120개)에 불과하지만, 대신 2루타(264개) 3루타(39개)는 단연 1위다. 손호영-레이예스-윤동희-나승엽-고승민 등 중장거리 타자들의 불방망이가 돋보인 한해였다. 덕분에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2위(0.783)다. 반면 상수로 여겨졌던 마운드의 부진이 아쉬웠다.

당장 내년 롯데가 올해보다 더 전력이 좋아지리란 보장이 없다. 올해 터진 유망주들이 그대로 순조롭게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전준우 정훈 김상수 등 노장들은 나이를 한살씩 더 먹는다. FA이자 불펜의 핵심인 김원중-구승민을 비롯해 매년 메이저리그를 노크해온 반즈,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둔 김진욱, 한살 더 먹는 윌커슨과의 재계약 문제 등 물음표가 산더미처럼 많다.

마냥 꼴찌를 해서 유망주만 모은다고 자동으로 리빌딩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패배주의로 가득한 지난날의 토양을 바꾸고, 새 시즌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한다.

2019년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창단 첫 가을야구에 단 2경기 차이로 아깝게 실패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선수단을 감싸면서도 몰아치는 '강철매직'에 힘입어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통합우승까지 품에 안았다. 올해도 가을야구가 유력하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KIA 타이거즈 역시 마찬가지다. '질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더그아웃에 팽배하다. 소위 말하는 '위닝 멘털리티'의 중요성이다.

올시즌 롯데에도 분명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흐름을 탔을 때마다 뜻하지 않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졌다.

내년엔 분명 달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시즌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롯데는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가을야구의 실낱같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달려야한다.

누가 알랴, 앞서가던 상대가 부담감에 스스로 무너질 때도 있다. 기회가 와도, 붙잡을 준비가 돼있어야 잡을 수 있다. 젊은 선수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1경기, 1경기의 경험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