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설명이 필요없는 김도영의 가치, 하지만 꼭 인정받아야 할 황동하의 존재감.
KIA 타이거즈가 7시즌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KIA는 17일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0대2로 패했지만, 같은 시간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삼성이 패하며 1개 남았던 매직넘버를 지웠다. 초보답지 않은 초보 이범호 감독의 지휘 아래 KIA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사냥에 나선다.
KIA가 정규시즌 1위라는 대업을 이루기까지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김도영을 빼놓고 2024 시즌을 얘기할 수 없다. 김도영이 뭘 이뤄냈는지 일일이 설명하려면 입이 아프다. 한 마디로 '크레이지 모드'였다. 마지막 목표인 KBO리그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면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다. 이미 MVP는 김도영이 따놓은 당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만장일치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김도영 말고, 이 선수가 없었다면 KIA가 우승할 수 있었을까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 양현종? 4번타자 최형우? 황동하가 떠오른다.
KIA가 우승까지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수도 없는 고비가 있었다. 그 중 이 감독을 가장 힘들게 한 건 선발투수들의 줄부상. 야심차게 뽑은 외국인 투수 크로우와 좌완 핵심 이의리가 전반기 이탈했다. 여기에 잘 버티던 윤영철까지 쓰러졌다. 마지막에는 에이스 네일이 상대 타구에 턱을 맞고 수술대에 올랐다. 개막 선발 5명 중 남은 건 양현종 뿐이었다.
선발진이 거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이 감독과 KIA는 잇몸으로 버텼다. 다른 팀이었다면, 선발진이 이렇게 망가지면 팀 전체가 무너지는 게 보통인데 KIA는 버티고 버텼다.
그래서 황동하가 중요했다. 외국인 투수야 단기 대체 제도가 있지만, 토종 선수들이 이탈하면 답이 없었다. 이 감독은 이의리가 빠졌을 때 김건국에게 처음 기회를 줬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틈을 황동하가 파고들었다.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아주는 자체가 기특했다. 지난해 1군 13경기를 뛴 게 기록의 전부인 신인급 선수였다. 시합을 거듭하며 실력이 느는 것도 보였다. 이의리에 이어 윤영철까지 빠지며 오히려 황동하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처음에는 임시 5선발이다가, 사실상 4선발 역할을 해줬다.
24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4.39.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초라해보일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KIA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황동하가 못했다고 하기 힘들다. 사실상 '숨은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