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명의 유망주가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쳤다.
LG 트윈스의 왼손 투수 이상영이 음주운전을 해 추돌 사고를 냈고, 이믿음이 그와 동승을 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성남중원경찰서는 14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LG 소속의 이상영을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상영은 이날 오전 음주운전을 하다 앞차량을 추돌했다. 이상영은 당시 피해 차주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확인시켜주면서 "추후에 사고처리를 해주겠다"라고 한 뒤 자리를 떠났는데 피해자가 이상영의 음주운전을 의심해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상영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그에게 연락을 취해 찾아갔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이상영과 동승 중이었던 투수 이믿음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상영과 이믿음은 모두 현재 2군에 소속돼 있어 이천 LG챔피언스필드로 와서 구단에 자진신고를 했고, 구단은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를 했다.
LG 구단측은 "선수들이 이천에서 자진신고를 해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며 "향후 KBO상벌위원회 징계를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KBO의 징계가 나온 뒤 선수들에 대한 처분을 할 계획이다.
처음엔 둘의 이름이 익명으로 나왔으나 LG가 먼저 신상을 밝히며 빠르게 사과했다.
LG는 올해에만 두번째 음주 운전이다. 최승준 코치가 지난 7월말 음주 운전이 경찰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고, 구단은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해당 내용을 통보한 뒤 곧바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당시 LG는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구단은 팬들에게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 및 선수단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2개월도 되지 않아 이번엔 선수들이 음주 운전을 해 사고까지 냈다.
LG 구단은 또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자세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각별한 주의와 당부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행위로 인해 법을 위반하고 팬들에게 실망감을 드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구단은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번 깊게 통감하고 있다"면서 "선수단 교육과 관리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음주운전 처벌 규정에 따르면 '면허정지' 최초 적발은 70경기 출장 정지, '면허취소' 최초 적발은 1년 실격 처분이다. 2회 음주운전은 5년 실격, 3회 이상은 영구 실격이다.
이상영은 '면허 취소' 수준의 혈줄 알코올 농도가 나왔기 때문에 1년 실격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음주 운전으로 인해 사고까지 냈기 때문에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상영은 부산고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드래프트에서 2차 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받은 유망주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해 군복무도 마쳤다. 올시즌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여의치 않았다. 시범경기 때 부상으로 한동안 빠졌고, 1군엔 선발 3차례 포함 총 8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선 10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3.62다. 지난 8월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계속 2군에 머물고 있다.
이상영과 동갑내기인 우완 투수 이믿음은 강릉고-강릉영동대 졸업 후 2021년 2차 4라운드로 입단한 사이드암 투수다.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한차례 선발 등판을 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4일 키움 히어로즈전서 임찬규의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대체 선발로 나서 4이닝 동안 11안타 7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었다. 퓨처스리그에선 16경기에 등판해 5승4패 1홀드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음주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는 물론 사람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상영도 생명과는 관계없는 추돌사고로 끝나 다행이었을 뿐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면 남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은 물론 자신의 인생마저 망가뜨릴 뻔했다.
이상영은 최소 1년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믿음 역시 징계를 피할 수는 없다.
LG는 이들을 꾸준히 키우려고 했었기에 둘의 이탈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구단의 지원을 받은 둘 역시 야구 인생에 큰 위기가 왔다.
안그래도 최근 좋지 않은 LG에겐 그야말로 더욱 분위기를 흐리는 악재 중에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29년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LG는 올시즌 첫 2연패에 도전했으나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 1위 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13일 현재 132경기를 치러 68승2무62패로 3위에 머물고 있다 1위 KIA와는 12.5게임, 2위 삼성 라이온즈와도 6게임차로 벌어져 있다. 4위인 KT 위즈에 2게임차로 쫓기고 있는 상황.
지난해보다 타격이 들쭉날쭉 했다. 전체적인 타격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접전상황에서 필요한 한방이 나오지 않아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서 보여준 최강 불펜 역시 1년만에 흔들렸다. 마무리 고우석이 미국으로 떠나고 이정용은 상무 입대를 했다. 함덕주도 수술을 받으며 주축 멤버 3명이 빠진채 출발. 유영찬이 마무리를 맡아 잘 헤쳐나갔지만 김진성을 빼곤 필승조가 없었다. 올시즌 좀 더 성장하길 바랐던 이지강 백승현 박명근 등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면서 필승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선발진이 그나마 잘 버티면서 2위를 달리며 1위를 추격했지만 8월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3위까지 떨어졌다.
분위기가 다운되는 가운데 이번엔 유망주 선수들이 음주 운전 사고까지 내며 팀 분위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선수단이 위기의식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뭉쳐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