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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경기 연속 無홈런 저지, 4개차 추격 오타니...50-50 이슈보다 재밌다[스조산책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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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0홈런-40도루를 동반 달성한 직후부터다. 오타니는 4회말 내야안타로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해 40호 도루를 마크했고,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서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40홈런에 도달했다.

40-40을 한 경기에서 그것도 끝내기포로 극적으로 동반 달성한 건 역사상 오타니가 처음이다. 40-40 달성 속도 역시 앞선 5명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자신의 시즌 126번째 경기로 종전 알폰소 소리아노의 147경기를 21경기나 단축했다.

이때부터 모든 팬들과 미디어의 시선은 50홈런-50도루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메이저리그 이슈를 양분하던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기세가 확 꺾인 시점과 일치한다.

저지는 지난 8월 26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1회와 7회 각각 50, 51호 홈런을 터뜨리며 절정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당시 저지의 예상 홈런수는 63개였다. 2년 전 자신이 세운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깨트릴 기세였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저지에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대포 가동을 갑자기 멈춘 것이다. 올시즌 들어 저지의 무홈런 최장 기간은 8경기였는데, 12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홈런 없이 3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하면서 어느 새 자신의 커리어 타이인 15경기 연속 무홈런 지경까지 이르렀다.

저지는 2017년 8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15경기 연속 홈런을 치지 못했고, 2018년 7월 24일부터 9월 28일(중간에 부상자 명단 등재)까지 역시 15경기를 무홈런으로 보냈다. 2017의 경우 홈런 갈증 이후 25경기에서 15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52홈런을 마크, AL 올해의 루키로 선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페이스를 되살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무홈런 15경기에서 타율 0.190(58타수 11안타), 4타점, 6득점, 13볼넷, 21삼진을 기록했고, 이 기간 장타는 2루타 3개 뿐이었다. 타격감 자체가 평소같지 않다.

콜로라도전까지 0.333이었던 타율은 0.320(513타수 164안타), 1.202였던 OPS는 1.140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양 리그를 합쳐 홈런, 타점(126), 출루율(0.454), 장타율(0.686), OPS, wRC+(211), 장타(85), 루타(351), bWAR(9.6), fWAR(9.6)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추격자들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특히 독주 체제로 흘러가던 AL MVP 레이스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 바비 윗 주니어에게 표심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윗 주니어는 양 리그를 합쳐 타율(0.333), 안타(195), 득점(120)서 1위를 달리고 있고, fWAR은 저지와 1위를 다투고 있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지난 10일 두 선수의 MVP 경쟁을 다룬 칼럼에서 '그들은 너무 훌륭하다. 공격 환경이 좋지 않고 투수들이 십 수년간 이득을 누려온 이 시대에 저지와 윗 주니어는 지난 5개월 동안 상대를 농락했다. 키 6피트 7인치의 양키스 거인은 시대를 대표하는 공격 시즌을 쌓고 있다. 6피트 1인치의 키에 엄청난 순발력과 스피드를 지닌 윗 주니어는 자신의 거대한 물리적 도구를 오랫동안 슈퍼스타덤을 예고한 공수주 조합을 긍정적 교향곡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파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윗 주니어는 저지에 대해 "그는 꾸준하다. 메이저리그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필드에 나가면 팀 승리를 이끈다. 훌륭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야구를 한다. 과시하기 위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뉴욕의 왕(King of New York)"이라고 치켜세웠다.

저지는 윗 주니어를 "완벽한 선수다. 공수주 모두 잘한다. 작년에 이미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도 내가 그를 볼 때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AL MVP는 결국 저지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사실 남은 시즌 최대 관심사는 AL MVP도 아니고,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오타니의 50-50 달성도 아니다. 과연 오타니가 저지가 독점적으로 아성을 쌓은 홈런 부문서 역전할 수 있느냐다. 10개차로 뒤져 있던 오타니는 4개차로 접근했다. 이제는 양 리그 통합 홈런왕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