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홍명보 감독의 공격진 대수술이 일부 주효했다. 황희찬을 선발 투입시키며 손흥민 이강인과 함께 2선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변화시킨 전술이 초반에는 오만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원톱과 3선 무게감이 떨어져 효과가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가다듬는다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2차전 오만전에서 3대1로 승리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경기 내내 균형을 깨지 못하다가 후반 37분 리드를 잡고 추가시간에 간신히 쐐기골을 넣었다.
1차전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대0 무승부에 그친 홍명보 감독은 오만을 상대로 베스트11을 대폭 물갈이했다.
무려 다섯 명이 바뀌었다. 중앙 수비에 김영권 대신 정승현이, 왼쪽 풀백에 황문기 대신 이명재가 들어갔다. 중원에서는 정우영 이재성이 빼지고 박용우 황희찬이 선택을 받았다. 원톱도 주민규 대신 오세훈이 기회를 얻었다.
공격진이 제대로 효과를 봤다. 황인범과 박용우가 허리를 받치고 2선에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이 자리했다. 소속팀에서 본래 포지션 대로라면 손흥민과 황희찬이 좌우 날개에 이강인이 가운데에서 볼배급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은 수시로 자리를 바꿨다. 특히 황희찬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큰폭으로 움직였다. 이강인과 손흥민은 중앙을 번갈아 쓰며 오른쪽과 왼쪽을 지배했다. 오만이 철저한 대인마크를 준비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리를 계속 바꾸면서 이를 무력화했다.
전반 4분부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오세훈이 공중볼을 따냈다. 중앙에서 맴돌던 이강인이 세컨볼을 받아 통렬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오만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냈다.
전반 10분 손쉽게 선제골을 뽑았다. 왼쪽에서 얻은 스로인 공격을 패스 두 차례로 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이 공을 받아 가운데로 침투한 황희찬에게 밀어줬다. 황희찬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순간적으로 마크맨을 따돌리고 패스를 잡았다. 자유로웠던 황희찬은 그대로 중거리 포를 꽂아 넣었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 작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중원에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며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후반부터는 오만의 밀집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23분 오세훈 설영우를 빼고 이재성 황문기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오만이 완전히 내려앉아 한국이 소유권을 유지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후반전에도 자리를 계속 바꿔가며 기회를 엿봤다. 오만이 워낙 촘촘하게 수비를 세운 탓에 틈을 만들기 어려웠다. 최전방에 좀더 파괴력이 강한 원톱 스트라이커가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3선 지원이 보다 안정적이었다면 더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추가골은 손흥민의 개인 전술을 통해 나왔다. 오세훈이 나간 상태에서 전문 스트라이커가 없는 포메이션으로 승부를 결정 지은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후반 37분 손흥민은 이강인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오만의 중앙을 억지로 파고들었다. 손흥민이 거친 수비를 몸싸움으로 이겨내 슈팅 각을 만들어냈다. 전매특허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손흥민이 혼자 오른쪽을 돌파해 수비를 유인하고 주민규에게 패스, 쐐기골이 나왔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