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붐을 타고 패션·의류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의류업계의 올해 2분기 매출은 대부분 주춤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의복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여유 자금이 줄면서 가장 먼저 의복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패션·의류업체들이 주목한 새 먹거리가 바로 최근 해외에서 K-뷰티로 주목받는 화장품 사업이다.
일찌감치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코스메틱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연작', '뽀아레', '비디비치' 등 자체 브랜드에 2020년 인수한 럭셔리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최근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며, 코스메틱 사업 포트폴리오를 풀라인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원영 틴트'(젤핏 틴트)로 잘 알려진 어뮤즈는 스위스퍼펙션과 더불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하반기 '기대주'다. 2028년까지 매출 2000억원이 목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는 17일까지 도쿄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에 스위스퍼펙션의 첫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한섬 역시 최근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제조사인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49% 추가 취득을 공시했다.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 투자 체계를 갖추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섬은 현대바이오랜드 등 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한 신규 화장품 브랜드 출시는 물론 수입 뷰티 브랜드 확대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LF의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는 2019년 론칭 이후 매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 200%에 달한다. 특히 자외선 차단 라인 제품은 올해 7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60% 껑충 뛰었다.
패션 플랫폼 역시 화장품만 모아 판매하는 뷰티 전문관을 조성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지난 2021년 화장품 카테고리를 선보인 에이블리는 뷰티관 거래액이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30배 증가한 데 이어 1년간 66배 성장했다.
2021년 화장품 전문관 '무신사 뷰티'를 마련한 무신사 입점 브랜드도 800여개에서 1700여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무신사 뷰티 페스타'를 진행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3주간 집계된 무신사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배 이상 늘었다. 무신사 스토어 전체 구매자 중 뷰티 브랜드 상품을 구매한 고객 비율은 21.8%에 달했다. '무신사 뷰티'는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성수동 일대에서 약 20만 평의 규모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행사 기간 방문자 수가 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팝업에 참여한 41개 브랜드의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뷰티 전문관 운영을 시작한 지그재그도 색조 제품에서 시작해 기초 화장품과 이너뷰티, 향수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같은 패션업계의 뷰티 사업 확대는 제품 특성상 재구매율이 높은 화장품이 안정적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나거나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제품이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뷰티·패션 시너지 효과로 해외 시장 공략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화장품 수출 실적은 지난해 40억달러 보다 18% 늘어난 47억 달러(6조3702억원)로 집계됐다.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낙관적인 수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컬쳐 붐에 전세계적으로 K-뷰티가 각광받으면서, 업계의 실적 부진을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이 '시너지 효과'에 최적화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