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에서 젠지와 T1의 이름을 지웠다. 그 주인공은 한화생명e스포츠였다.
한화생명이 8일 경북 경주시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LCK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젠지에 3대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재창단 이후 첫 LCK 정상에 올랐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승 진출전에서 T1을 3대1로 물리친데 이어, 젠지까지 거침없이 꺾어버리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또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이후 3년만에 한 시즌 글로벌 챔프를 가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당당히 LCK 1번 시드로 나서며 국제대회 우승까지 정조준하게 됐다.
한화생명의 우승은 LCK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젠지와 T1은 직전 스프링 시즌까지 5연속으로 결승에서 만난 LCK의 양대 산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젠지는 5연속 LCK 우승이라는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이를 막아선 것이다.
젠지와 T1은 선수들에 투자하는 연봉이 다른 팀들을 능가한다. T1은 SK텔레콤과 미국 컴캐스트의 합작 법인이지만 사실상 컴캐스트가 주도하고 있고, 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투자를 받고 있기에 팀 단위로는 아직 수익을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낌없는 투자가 가능하며 적자를 감내하는 폭도 클 수 밖에 없다. 리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팀의 독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철저히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한화생명이 3년만에 이 구도를 깨뜨리면서 엄청난 의미를 던졌다. 다른 팀에게도 투자를 더 자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전력 양극화 고착으로 자칫 재미와 경쟁력이 반감될 수 있는 LCK에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역대로 손에 꼽을만한 치열한 결승전이었다. 한화생명은 1세트에서 초반부터 난타전을 펼치면서도 조금씩 밀리다가 39분 자신들의 기지 앞에서 펼쳐진 운명의 한타 싸움에서 '제카' 김건우와 '바이퍼' 박도현이 살아남아 젠지의 기지까지 거침없이 달려들어 넥서스까지 깨버리는 대역전극을 펼쳐냈다.
하지만 역시 최강 젠지는 남달랐다. 젠지는 '쵸비' 정지훈과 '캐니언' 김건부의 활약에다 짜임새 있는 운영과 강력한 한타 싸움까지 더해지면서 2세트를 잡아낸데 이어 3세트에선 '기인' 김기인이 역할을 이어받았고 두 차례의 바론 앞 전투를 모두 승리하며 한화생명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4세트에서 그간 다소 부진했던 '도란' 최현준의 초반 기세 장악을 바탕으로 그대로 밀어붙이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갔고 마침내 5세트에서 상대의 탑 다이브를 잘 막아낸 후 여유있는 운영으로 드래곤 교전까지 연달아 이기며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