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서현에 이상규까지...'양파고' 당신은 대체.
한화 이글스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7대6으로 승리, 돌풍을 이어갔다. 푸른색 여름 버전 유니폼을 입고 16경기 13승 미친 기세를 보이며, 5위 경쟁에 완전히 불을 붙였다. 5위 KT 위즈와 승차는 단 2경기 뿐.
두산전 연장 결승타를 때린 김태연도 돋보였지만, 9회와 10회를 완벽하게 막아낸 이상규가 최고의 영웅이었다. 특히 6-6이던 9회 무사 1루 위기를 막아낸 게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 경기 전까지 1군 승패 기록 없이 10경기만 던진 선수. 팀의 명운이 걸린, 살 떨리는 경기 막판 나와 이게 뭐 대수냐는 듯이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위도 좋았고, 이렇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나오는 제구 불안도 전혀 없었다. 든든했다. 1553일 만의 감격승. 본인이게도 경사지만, 팀이 5위 경쟁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게 달라진 한화의 모습이다. 김경문 감독 부임 후 야수진이든 투수진이든 확실한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나오는 선수들마다 자기 역할이 뭔지 알고, 그 역할을 해내니 이기는 경기가 많아진다.
김 감독이 틀을 잡은 것도 중요하지만, 양상문 투수코치 부임 후 마운드가 안정을 찾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게 김서현. 김 감독이 이전의 폼으로 마음껏 던지라고 판을 깔아줬고, 양 코치가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다. 김서현은 이후 '언터처블' 필승조로 변신했다. 김서현의 가세에 박상원, 한승혁, 주현상으로 이어지는 4명의 필승조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자 한화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상규까지 나왔다. 양 코치 부임 후 지난 2일 엔트리에 등록돼 요긴하게 활용됐다. 지난 10경기에서 이상규의 가능성을 알아본 양 코치는 중요한 순간에도 그의 잠재력을 믿었는데, 그 믿음에 이상규가 제대로 보답했다.
양 코치는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감독에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등을 역임하며 투수를 키우는 데는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LG 감독 시절에는 기막한 용병술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알파고'의 별명과 합체돼 '양파고'라는 닉네임을 얻었었다. 최근 한화의 투수 운용도 '양파고'급이다.
이런 '감독급 코치'를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김경문 감독만이 할 수 있었던 일.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최고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한화의 돌풍이 기적의 가을야구로 연결될 수 있을까. 시즌 막판 최고의 이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