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해 국가대표 포수로 거듭나며 가능성을 재확인한 NC 다이노스 김형준. 현재 KBO리그 20대 포수들 가운데, 지도자들의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주전 포수. 강인권 감독은 올 시즌 김형준을 주전 포수로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안방 구도를 재편했다. 김형준은 사실상 프로 데뷔 후 처음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생각보다 주전 포수의 책임감은 무거웠다. 전반기에만 홈런 12개를 치면서 공격과 수비 모두 잘 해내던 김형준은 후반기 팀 성적이 뚝 떨어지면서, 타격 성적도 급락했다. 원래 타율이 높은 유형의 타자는 아니었지만, 장점인 펀치력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그사이 팀 성적도 추락했다. 시즌 초반 2위를 달렸던 NC는 연패를 거듭하다가 순위가 끝없이 미끄러졌고, 최근 11연패까지 하면서 한때 꼴찌까지 내려앉았다. 당연히 투수들을 리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주전 포수 김형준의 표정도 어두웠다.
특히 타격 부진이 심각했다. 7월 월간 타율이 1할3푼5리(37타수 5안타)에 그쳤다. 8월에도 20일까지 31타수 4안타에 그칠 정도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NC 벤치도 김형준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는데다 연패가 길어지자 박세혁을 선발 포수로 내세우면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NC의 11연패 탈출 선봉에 김형준이 있었다. 김형준은 21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5회, 6회, 8회 이상규, 장시환, 황준서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4회말까지 2-0으로 불안한 리드를 안고있던 NC는 경기 도중 우천 중단이 되는 우여곡절 후, 김형준의 시원한 홈런포가 3타석 연속 터지면서 8대2로 이겼다. 길고 길었던 마음 고생의 끝. 11연패를 끊는 순간이었다.
김형준의 부진이 길어질 당시에도 강인권 감독도 많은 고민을 했다. 최근 김형준의 기용 여부를 두고 코치진 내부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강인권 감독은 그래도 끝까지 김형준을 믿기로 했다.
강 감독은 "지금 휴식을 주면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줄건지, 아니면 스스로 헤쳐나가는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줄건지 그 차이인 것 같다. 지금 순위 싸움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은 김형준이다"라면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강인권 감독은 또 "지금 형준이도 힘들고, 믿고 라인업에 넣는 저도 힘들다. 코치들도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감독으로서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생각도 분명히 있다.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싶다). 뒤에 (박)세혁이가 또 있지 않은가. 이제는 부침이 끝나고 빠져나올 때가 됐다라고 생각했는데 형준이가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있더라"고 진단했다.
투수 리드에서 오는 영향도 컸다. NC는 최근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불펜이 한번씩 큰 고비를 겪었다. 이런 엇박자가 연패가 길어진 요인이기도 했다. 강인권 감독도 "투수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 복합적으로 막혀있다. 결국은 김형준이 타석에서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모습이 워낙 좋았다. 기대를 안할 수는 없다"고 격려했다.
조언도 있다. '착한 선수'로는 슬럼프가 왔을 때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강 감독은 "착한 선수인데, 너무 착해서만은 안된다. 경기에서는 착해서 좋은 게 아니다. 스스로 욕심도 내보고, 화도 내보고 이런 과정들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남겼다.
감독의 긴 기다림에 마침내 김형준이 응답했다. 마침내 활짝 웃는 그날이 찾아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