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뜻하지 않은 부상,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어도 모자랄 판에 원정 강행군에 동참했다.
KIA 타이거즈 '맏형' 최형우(41)는 지난 1주일 간 선수단의 서울 원정길을 함께 했다. 지난 8일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1군 말소됐음에도 휴식 대신 선수단과 동행을 자처한 터. 다만 출퇴근이 가능한 홈 경기와 달리 버스로 4시간 남짓 달려야 하고, 잠자리도 바뀌는 원정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최형우는 지난 한 주간 KIA가 치른 고척 키움전, 잠실 LG전에 선수단과 동행했다.
단순히 동행만 한 것도 아니었다. 트레이닝 파트 관계자들과 재활 훈련을 하면서 감각을 조율했다. 1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는 배트를 들고 간단한 타격 훈련을 하기도 했다.
깊은 속뜻이 있었다.
KIA에게 지난 서울 원정은 시즌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2위 그룹 추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친 불펜, 떨어진 타격 페이스 등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부상 중이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싸우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자 했던 맏형의 뜻이 서울 동행으로 연결됐다. 힘을 내 KIA 선수단은 키움, LG를 상대로 잇달아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면서 선두 질주를 탄탄히 이어갔다.
KIA 이범호 감독은 "최고참이 부상 중에도 원정길에 동행하는 건 선수단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방망이를 못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야, 괜찮아' 한 마디 건네는 게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나는 현역 시절 형우 정도의 영향력은 없지 않았나 싶다"고 껄껄 웃은 뒤 "부상 중임에도 원정 동행을 자처하고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형우는 19일 구단 지정 병원에서 재검진을 받는다. 부상 당시 상태가 심각하진 않다는 판단이었지만, 타격과 전반적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옆구리 근육 부상이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재검진을 받은 뒤 향후 일정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재검진 후에도) 1군에 동행하며 훈련을 하고, 실전이 필요하다고 하면 함평(퓨처스팀)으로 잠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형우는 부상 전까지 99경기 타율 2할8푼1리(367타수 103안타) 19홈런 9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7이었다. 고비 때마다 한방을 터뜨리며 자신의 별명처럼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최형우까지 돌아온다면 KIA 타선은 비로소 완전체로 V12 진군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