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뒷타자랑 승부하라고 해도 승부를 들어가서 난리네."
롯데 자이언츠의 충격 역전패. 김태형 감독도 할 말을 잃었다. 롯데는 7월 3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11대12로 패했다.
초반 타선이 폭발하면서 손호영, 정훈, 한동희의 홈런으로 10-5, 크게 앞섰다. 김태형 감독은 9회말 5점 차에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원중이 자멸했다. 1사 후 전의산에게 안타, 김성현에게 볼넷, 최지훈에게 다시 안타. 1사 만루에서 정준재에게 1타점 적시타. 그리고 다시 박지환과의 승부에서 11구 접전 끝에 희생플라이 타점 허용. 2실점 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승부한 김원중은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끝내 10-10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롯데는 12회초 어렵게 1점을 내고도 12회말 오태곤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맞아 졌다. '731 대첩'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대혈투였다. 물론, 패한 롯데 입장에서는 내상이 평소보다 몇배 더 컸다.
이튿날인 1일 SSG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은 안부 인사에 "지금 입맛이 있을 수가 있겠나"라고 농담을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김원중의 투구에 대해서는 "뒷 타자하고 승부하라고 사인을 냈는데, 승부를 들어가더라. 자존심이 있어서 승부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에레디아 타석에서도 초구, 2구 볼이 돼서 불리한 카운트였으니까 다음 타자랑 상대하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에레디아에게 홈런을 맞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에레디아 다음 타자는 최상민이 타석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1점 차는 모르지만 5점 차를 (내주는 것은)"이라며 답답해한 김태형 감독은 후반기 계속되는 김원중의 부진에 대해 "올해 FA니까 본인이 알아서 잘 할것이다. 최근 계속 안 좋다. 그래도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롯데는 전날 혈투의 영향도 있고, 워낙 긴 시간 경기를 하며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에 1일 경기전 훈련을 생략하고 가볍게 몸만 풀었다. 워낙 날씨가 더워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대패로) 선수단 분위기는 주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본다. 날도 덥고 그래서 연습을 안하고 시작한다. 최근 타자들은 감이 많이 올라왔다. 괜찮다. 투수 중에서도 박진과 김강현이 많이 올라왔는데, 경기가 뒤에서 자꾸 넘어가니까 타자들도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구승민, 김상수 등 베테랑 투수들이 중심을 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