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도영만 없었다면 골든글러브급 성적인데….
이제 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무조건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졸 3년차 MVP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그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다.
타율 3할5푼4리 28홈런 78타점 100득점 29도루. 김도영이 없었다면 KIA가 독주 체제를 갖출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타율 3위, 홈런 2위, 최다안타 2위, 득점 1위, 도루 6위 등 성적이 말해준다. 이제 홈런 2개, 도루 1개만 더하면 1996년 박재홍을 넘어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클럽에도 가입하게 된다.
MVP는 조금 섣부른 감이 있지만, 골든글러브는 따놓은 당상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김도영이 수비 실책도 압도적으로 많지만, KBO리그는 공격 지표 위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선정되기에 김도영이 이대로만 순항한다면 큰 이견이 없을 분위기다.
그래서 억울할 선수가 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의 캡틴 송성문이다. 김도영에 가려져 그렇지 2015년 데뷔 후 10년 만에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율 3할4푼7리 12홈런 71타점. 김도영에 한 계단 아래, 타율은 전체 4위다. 116개로 최다안타 8위, 타점은 공동 11위. 이렇게 나눠서 보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타율 1, 2위 외국인 선수인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 SSG 랜더스 에레디아와 종합적으로 비교해보면 크게 밀린다고 할 수 없다. 레이예스 타율 3할5푼9리 10홈런 79타점, 에레디아 타율 3할5푼9리 11홈런 78타점이다. 홈런은 오히려 송성문이 더 많다. 그리고 3루수라 수비수로 가치도 더 크다. 에레디아는 몸값이 총액 150만달러다. 한화로 약 20억원이다. 이에 반해 송성문은 1억3000만원이다.
송성문은 사실 올시즌 확 젊어진 팀 컬러 속에 개막 즈음에는 확실한 주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후배들의 부상, 트레이드 이슈 속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시즌 도중 주장 완장을 내려놓은 김혜성 대신 캡틴이 된 후 야구에 눈을 뜨는 모습이다. 그게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도영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 밖에 없으니,송성문 입장에서는 왜 3루에서 같이 경쟁을 해야하느냐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송성문은 김도영이 고맙기만 하다. 올스타전에 만나 김도영은 약점인 3루 수비에 대해 송성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이 사실을 취재진에게 '샤라웃'하며 송성문의 주가가 단숨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송성문도 지난 주말 KIA가 고척 원정을 왔을 때 김도영에게 타격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송성문과 김도영의 선의의 경쟁이 KBO 리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런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다른 선수에게 먼저 물어본다는 용기 자체가 크게 높이 살 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성문도 붙임성이 있고 친화력이 좋기 때문에,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라도 그 속에 진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게 있으면 뭐든 자기 걸로 갖고 싶어하는 그런 욕심과 열정이 있으니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