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타선의 기폭제 페라자가 오랜 부진을 털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페라자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첫번째 경기에 1번 톱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데뷔 첫 톱타자 선발 출전.
이날 경기 전 한화 김경문 감독은 "1번에서 좀 편하게 치라고 (타순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까지 페라자는 3경기 13타석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전진 배치.
경기 초반에는 큰 소용이 없는 듯 했다. 1회말 첫 타석에 삼성 선발 레예스의 초구 직구에 반응해 봤지만 배트 윗쪽에 맞으면서 중견수 뜬공. 7회 4번째 타석까지 조금씩 빗맞으면서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페라자가 물꼬를 터주지 못하는 사이 한화는 4-5 역전을 허용했다. 17타석 연속 무안타 행진. 또 한번 빈손으로 돌아가나 했다.
1점 차 뒤진 8회말 2사 만루. 마지막 타석에 빅찬스가 걸렸다.
삼성벤치는 그래도 페라자에 대한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김재윤을 내리고 마무리 오승환을 조기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페라자는 오승환의 2구째 슬라이더를 강하게 당겼다. 1루수 윤정빈의 미트 아래쪽을 아슬아슬 하게 통과해 우익수 앞으로 흘렀다. 2사 후라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6-5를 만드는 역전 결승 2루타. 중계플레이를 틈타 2루에 안착한 페라자는 헬멧을 벗고 손을 올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펜스 충돌 부상 후 지난 6월23일 복귀한 이후 21경기 타율 2할4푼1리, 2홈런, 13타점. 5월까지 뜨거웠던 한화 타선의 중심, 그 모습이 눈 녹듯 사라졌다.
펜스 충돌 부상의 여파와 후유증이 길게 이어지는 것일까.
경기 후 만난 페라자에게 '몸상태의 문제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부인한다.
"몸은 이제 완벽합니다. 타이밍에만 맞으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부상 이후 흔들린 타이밍을 찾아야 하는데, 이제 조금씩 찾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마인드로 임해야 할까.
"요즘 좀 부진했지만 오늘은 이제부터는 야구를 즐겨야겠다는 달라진 마인드로 왔는데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안타를 치고 싶다고, 조바심을 낸다고 안타가 나오는 게 아닌 만큼 이제 내 자신을 믿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마인드와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타이밍. 이날 경기 마지막 안타가 반등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