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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뜨거웠던 故이선균..지금도 보고싶어"…조정석→유재명, '행복의 나라'가 가진 의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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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잊혀서는 안 될 사람과 잊혀서는 안 될 이야기가 여름 극장가 묵직한 한방을 예고했다.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 비서관과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정치 영화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제작).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변호사 정인후 역의 조정석,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 역의 유재명, 재판 변호인 부한명 역의 전배수, 재판 변호인 최용남 역의 송영규, 군 검찰단 검사 백승기 역의 최원영, 그리고 추창민 감독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발생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주도한 김재규 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연루된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대한국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특히 '행복의 나라'는 지난 12일 개봉한 재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김태곤 감독, 블라드스튜디오 제작)에 이어 고(故) 이선균의 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 이선균의 열연이 담긴 마지막 작품이자 스크린과 안방, 뮤지컬까지 다양한 분야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조정석의 뜨거운 케미스트리가 가득 담긴 작품으로 8월 극장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추창민 감독은 "10.26이나 12.12 사건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하지만 그 사이에 일은 많이 잊혀졌다. 우리가 그 사이의 시간을 찾아봤을 때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만들게 됐다"고 연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대의 기록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 시대의 법정도 기록해보고 싶어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했다. 변호인, 검찰, 법관들을 동시대 느낌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예민한 이야기라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기록에 의존해 최대한 중심을 잡고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은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더라.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공부도 됐다. 내 역할을 제안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지만 너무 사건 당사자를 변호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 그런 이유에서 이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정말 힘이 느껴지는 시나리오였다. 이 캐릭터를 잘만 표현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유재명은 "연극과 영화를 통해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배우로서 이 역할에 나는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궁금증도 생겼다. 잔상이 생기더라.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며칠 고민하다 이 작품을 출연하기로 했다. 배우로서 뜻깊은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배수는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먹먹하더라. 추창민 감독에 조정석, 이선균까지 캐스팅 라인업도 상당하더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 영화는 정말 집요하게 촬영했다. 작은 화면으로는 그러한 디테일이 살아나지 않는다. 반드시 큰 화면으로 봐야 디테일이 살아나는 영화라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와주길 바란다. 내 흥행 기록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송영규는 "내가 초등학교 때 겪었던 일이었다. 가장으로서 동료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흥분됐다. 추창민 감독과 좋은 배우 함께할 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최원영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영화적 사건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잘 알지 못하는 부분과 아픔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추창민 감독은 고 이선균과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특별한 기억을 전했다. 그는 "내가 제일 처음 이선균과 작업 했을 때 '왜 이 작품을 선택했나?'라고 물었다. 이선균은 '조정석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선균의 말에 따르면 '조정석이라는 배우는 정말 좋은 배우이고 이 배우에게 배우고 싶다'라는 말을 더했다. 이선균 자체도 좋은 배우인데 호기심도 있고 열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균의 배우려는 자세와 태도가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를 떠나 보내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곱씹었다.

조정석은 "너무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촬영하면서 단 한 번도 안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내가 장난을 많이 쳐도 다 받아주는 좋은 형님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집념이 대단했다. 그래서 연기하는 순간에는 뜨거웠고 연기가 종료되는 순간에는 굉장히 따뜻했던 형님으로 기억되고 지금도 보고 싶다. 정말 많은 변신을 해 온 배우지만 이번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선균의 묵직하고 진중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처럼 보이던 순간도 있었다.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의 새로운 캐릭터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고 떠올렸다.

유재명은 "이선균과 한 살 차이인데 늘 나를 놀렸다. 내가 세련되지 못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조정석도 같이 놀렸는데 정말 추억이 많다. 선균이를 떠올리면 추억이 떠오르는, 멋진 친구이자 동료였다. 보고 싶다"며, 전배수는 "앙상블이 정말 좋았던 작품이다. 이렇게 영상으로 다시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늘 한결같은 배우다. 같이 있으면 무심한 듯 보이지만 디테일하게 소외된 친구를 챙긴다. 늘 감동받았던 동생이었다"고 더했다.

더불어 유재명은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에 대해 "그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시민을 짓누르고 편법을 쓰는, 상식적이지 않은 술수를 펼치기도 한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한 것도 사실이다. 작품의 결에서 해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하려고 했다"며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보통 자료를 찾고 외모, 말투를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을 버려야 하는 순간도 온다. 상상력으로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 필요했다. 과감하게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불안하기도 하고 확신을 가지기도 하는 등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앞서 '서울의 봄'(23, 김성수 감독)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 캐릭터와 비교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상상력에 의한 이야기 전개 과정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 영화는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서울의 봄'과 결이 다르기도 하고 우리 영화만의 영화적 상상력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각자 영화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영화만의 매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서울의 봄'도 멋진 배우, 감독이 그 영화만의 매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황정민의 연기를 보면서 무시무시하더라. 내가 연기한 전두환은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는 인물이다. 작품 전체 결을 해치지 않고 상징적인 부분을 드러내려고 했다. 시대가 잘 보일 수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행복의 나라'는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