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가 우여곡절 끝에 3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1위 KIA 추격에 실패하고 쓸쓸하게 짐을 싸게 됐다.
KIA 타이거즈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우천 중단 심야 혈투 속에 10대4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KIA는 비로 취소된 16일 경기 제외, 삼성과의 2경기를 모두 쓸어담으며 3연승을 달렸다. 이 시리즈 전 2위였던 삼성과의 승차를 6.5경기로 벌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갖췄다. 반대로 삼성은 2연패를 당하며 이날 비로 경기가 취소된 LG 트윈스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양팀은 이 경기 전까지 승차 없는 2, 3위였다. KIA와 2위 LG는 6경기 차이.
비가 엄청난 변수였다. 1, 2위팀 싸움답게 초반부터 박빙이었다. 선취점은 KIA가 만들었다. 2회말 변우혁이 선제 1타점 2루타를 쳤고, 삼성 선발 코너의 폭투에 홈까지 밟아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주역이 됐다.
삼성이 3회초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2번 이재현이 KIA 알드레드를 상대로 역전 스리런포를 때려낸 것. 알드레드의 변화구가 잘 떨어졌는데, 이재현이 기술적으로 이 공을 걷어올렸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챔피언스필드 좌측 폴대를 직격했다. 이재현의 시즌 9호포.
하지만 박진만 감독 퇴장 변수가 생겼다. 이재현 홈런 후 이어진 무사 1루 찬스서 강민호의 직선 타구가 1루쪽으로 향했다. 서건창이 공을 놓쳤다 1루 베이스를 밟아 강민호를 잡고, 2루에 송구를 했다. 태그 상황. 처음 판정은 세이프였다. 하지만 KIA쪽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정이 아웃으로 번복됐다. 그러자 박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했다. KIA 유격수 박찬호가 2루 베이스를 막아 주루방해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다시 그 부분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신청 없이 판독 결과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KIA가 3회말 동점을 만들어버렸다. 이재현의 홈런에 자존심이 상한 듯, 최원준이 큼지막한 우월 솔로포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리고 또 등장한 엄청난 변수는 비였다. 최원준 홈런 후 김도영이 볼넷으로 출루하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후 7시35분 경기 중단. 비는 금세 그쳤지만, 이미 젖어버린 내야 그라운드 정비 등에 시간이 걸렸다. 1시간5분 후인 오후 8시40분 경기가 재개됐다.
다른 경기장은 경기가 끝나갈 무렵, 양팀은 3회말 경기에 돌입했다. 이미 양팀 선발 투수들 어깨는 식었고 불펜전으로 흘렀다.
이 싸움에서 이긴 건 호랑이였다. 4회 박찬호와 최원준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앞서나갔다. 이어 5회말 사실상 경기를 끝내버렸다. 소크라테스, 김선빈, 변우혁의 연속 3안타에 삼성 야수진 실책으로 추가점이 만들어졌고, 피로 증세로 선발에서 빠졌던 최형우가 대타로 나와 1타점 안타를 쳐냈다. 이범호 감독이 여기서 타점이 나오면 삼성의 기를 완전히 꺾을 수 있다고 판단한 순간이었다.
그 말대로 삼성은 무너졌고, 서건창의 쐐기 2타점 안타까지 터져나왔다.
KIA는 7회말 최채흥의 밀어내기 볼넷 헌납으로 추가점까지 따냈다. 삼성은 8회초 이성규가 솔로포를 때려낸 게 위안거리였다.
KIA는 변우혁이 3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이날 김도영이 지명타자로 나서며 3루수로 들어갔는데, 타구가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수비에서도 문제 없는 활약을 펼쳤다. 서건창, 최원준, 소크라테스, 김선빈도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KIA는 갑작스러운 선발 강판에도 당황하지 않고 이준영-이형범-곽도규-임기영-김승현-김사윤 이어던지기로 값진 승리를 따냈다.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선발이 불펜이던 김도현임을 감안해 이틀 연속 투입에 대비, 짧게 끊어가는 전략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 됐다.
삼성은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 역할을 하는 정대현 코치가 박 감독 퇴장 후 경기를 끌었지만, 투수 싸움에서 KIA에 밀리며 고배를 마시게 됐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