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토트넘 홋스퍼? 안 갈래요'
여름 이적시장에서 폭풍 영입을 예고한 토트넘 홋스퍼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영입 타깃으로 삼은 선수들이 차례대로 토트넘으로의 이적을 거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짠돌이'로 소문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의 팀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 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적 시장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재 토트넘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선수들은 최소 4명이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최근 수 개월간 토트넘이 최전방 공격수로 영입하려던 이반 토니(브렌트포드)의 선택이었다.
영국 인풋볼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빌트지의 보도를 인용해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이반 토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을 원하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가 소속팀 브렌트포드에 이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올 여름 이적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던 토니의 '맨유행 의사표시'는 최근 수 개월간 영입 작업에 공을 들였던 토트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의 최전방 공격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궁여지책으로 윙포워드 손흥민에게 최전방 원톱의 역할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다소 낮선 포지션과 전술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팀을 지탱했다. 그러나 시즌 중후반으로 갈 수록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토트넘은 톱4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최전방 공격수 영입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왔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토니가 우선고려 대상이었다. 영국 매체들도 토니와 토트넘의 연결에 관해 수 개월간 다뤄왔다.
하지만 토니는 에이전트를 통해 토트넘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가 원하는 곳은 맨유다. 물론 입단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토트넘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열려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토트넘이 토니의 선호구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앞서 여러 선수들에게서 관찰된 바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볼로냐의 간판 수비수 리카르도 칼라피오리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이 영입을 추진했지만, 칼라피오리는 이를 외면했다. TBR풋볼은 지난 7일 '칼라피오리가 토트넘이 제안을 제치고 아스널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입단 협상이 거의 마무리단계다.
'토트넘행 거절러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토트넘이 왼쪽 윙어로 손흥민과 조합을 맞추려던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베레치 에제 또한 이적 대신 크리스탈 팰리스 잔류를 택하는 분위기고, 프랑스 리그1 스타드렌의 19세 특급 유망주 데지레 두에도 최근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이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나 파리생제르맹(PSG)으로의 이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시장의 영입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구단이 확실한 비전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금전적으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성사된다. 최근 이적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토트넘 기피 분위기'는 결국 토트넘이 선수들에게 명확한 비전이나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는 구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하는 스쿼드 전면개편을 성사시키려면 결국 레비 회장이 시장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토트넘은 이적시장의 패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