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짜릿한 연장 빅이닝과 역전승, 그들의 힘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2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전반기 1위를 확정 지은 KIA 타이거즈. 패색이 짙던 승부를 막판 추격으로 따라잡고 뒤집은 결과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백업 자원들의 활약과 집중력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교체돼 들어온 타자들이 추격 발판을 만들고, 쐐기까지 박았다.
7회초 김태군의 대타로 들어온 한준수는 동점으로 연결된 9회초 2루타에 이어, 연장 10회초 쐐기 투런포를 만들며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올 시즌 풀타임 1군으로 도약하면서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최근 타격 상승세를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 클러치 능력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4회말 김도영의 대수비로 투입된 변우혁도 안정적인 3루 수비를 선보였다. 연장 10회초엔 타점까지 만들면서 강점으로 여겨진 타격 능력까지 증명했다. 9회 대수비로 나선 박정우, 나성범의 대주자로 나서 기민한 플레이로 역전 득점을 만든 이창진 등 백업 야수들이 고루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마운드에서도 선발 제임스 네일에 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들이 최소 실점으로 동점 발판을 만들었다. KIA가 1점차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곽도규 임기영이 이어 던지면서 실점을 막았다. 9회말 끝내기 위기에서 등판한 전상현 역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면서 연장 10회초 빅이닝 및 역전승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근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빠진 가운데 뒷문을 책임질 투수가 없는 KIA였기에 이들의 활약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연승을 바탕으로 선두로 도약한 KIA,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발 공백에 따른 불펜 부하와 부상자 발생으로 야수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작용했다. 정해영 뿐만 아니라 이의리 이우성 등 여전한 부상자 문제를 고려하면 후반기에도 이런 문제는 KIA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주전의 부담을 덜어줄 백업의 역할이 그만큼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 귀중한 역전승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난 투-타 활약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긴 시즌 동안 주전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팀은 없다. 주전을 뒷받침할 든든한 백업의 활약이 더해져야 대권으로 향할 수 있다. 피말리는 경쟁 속에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한 KIA, 후반기에도 선두를 지키고 V12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선 그들의 활약이 필수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