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반기를 지나 20라운드까지 진행된 '하나은행 K리그1 2024' 선두권 경쟁은 지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 레이스와 닮았다.
현존 EPL '삼대장'으로 불리는 맨시티, 아스널, 리버풀은 시즌 종반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며 축구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알렉스 퍼거슨의 시대가 열린 1992~1993시즌, 맨유, 아스널, 리버풀이 경쟁한 2001~2002시즌, 맨시티가 본격적으로 우승권에 진입한 2013~2014시즌과 비교될 정도로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시즌 막바지엔 맨시티와 아스널이 '못 이기면 우승 실패' 게임을 펼쳐졌고, 결국 9연승을 질주한 맨시티가 전인미답의 리그 4연패를 달성했다. 2위 아스널과의 승점차는 2점이었다.
2024시즌 K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EPL 못지않은 선두권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군팀 김천 상무가 11승6무3패 승점 39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디펜딩 챔프 울산이 11승5무4패 승점 38점을 기록하며 김천을 승점 1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3위 포항도 10승7무3패 승점 37점으로 김천을 한 경기 차이로 압박 중이다. 선두와 3위의 승점차가 고작 2점에 불과하다.
순위도 '엎치락뒤치락'이다. 울산이 지난 3라운드에서 처음으로 선두를 밟은 이후 세 팀이 꼭대기에서 자리 싸움을 펼치고 있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태하드라마'를 연이어 연출하며 한 발 앞섰지만, 5월말부터 울산이 무패를 질주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최근엔 김천이 비기는 습관을 승리하는 습관으로 바꾸고 3연승을 질주하면서 선두권이 다시 요동쳤다. 울산-포항-김천순이었던 18라운드 순위가 불과 일주일만에 김천-울산-포항으로 바뀌었다. 김천이 지난달 29일 대구와의 홈 경기에서 2대0로 승리하고, 같은 라운드에서 포항이 울산을 상대로 홈에서 2대1로 승리하면서다. 한 번 미끄러지는 순간, 순위가 달라진다.
지난 두 시즌과는 딴판이다. 2023시즌 20라운드에서 선두 울산(50점)과 3위 서울(33점)의 승점차는 17점, 2022시즌엔 선두 울산(43점)과 3위 포항(33점)의 승점차가 10점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하던 울산이 두 시즌 연속 이변없이 우승컵을 들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전 기자회견에서 "한 팀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2위권 싸움을 보는 것보다 선두가 매주 바뀌는 게 리그 차원에서 더 흥미로울 것"이라면서도 "(경기를)하는 사람 입장에선 참 피가 마른다"며 웃었다. 자체 K리그1 최다 승점 기록을 경신한 깜짝 선두팀 김천 정정용 감독은 "승격한 2022년 (K리그1에서)8승을 했다. 지금 벌써 11승째다. 나 역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선수들과 잘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K리그 역사상 선두 경쟁 2파전은 많았지만, 3파전, 4파전은 굉장히 드물다. 후반기 초반까지 세 팀 이상이 박빙의 우승 경쟁을 펼친 마지막 시즌은 2010년이다. 정규리그 28경기 체제였던 해당 시즌 15라운드를 기준으로, 제주 전북 경남 세 팀이 나란히 9승4승2패 승점 31점을 기록하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득실차로 순위가 나뉘었다. 이들과 승점 1점차였던 4위 서울이 막판 뒤집기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드라마를 썼다. 올 시즌에도 4위 강원(34점)과 선두 김천의 승점차가 5점, 5위 수원FC(33점)와는 6점차에 불과해 남은 18경기에서 어떤 드라마가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은 흐름이다. 3파전이 5파전이 될 수도 있고, 2파전으로 바뀔 수도 있다.
K리그1 12팀 중 최대 3팀이 강등되는 현 리그 시스템에선 누가 강등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전히 '아랫 동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크지만, 올 시즌엔 '윗 동네'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어느 팀이 맨시티처럼 최후에 웃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