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토트넘은 원래 그런 클럽이다.
12년을 헌신한 레전드 골키퍼 위고 요리스(LAFC)도 마지막 시즌에는 벤치만 달궜다. 변변한 은퇴식도 없이 팀을 떠났다. 이적이 확정된 후 홈경기에서 하프타임을 빌어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손흥민이라고 특별 대우를 기대할 수가 없는 클럽이다. 오히려 지금 계약을 연장해준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영국 언론 '풋볼인사이더'는 25일(한국시각) '토트넘은 계약 연장 조항을 발동해 손흥민으로 큰 이적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공식 계약은 내년 여름에 끝이다.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발동하면 2025~2026년까지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이다.
토트넘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으로 풀려난다. 그렇게 되면 토트넘은 이적료를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손흥민을 보내줘야 한다. 옵션 실행은 토트넘 입장에서 당연한 수순이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토트넘 출신 축구전문가 앨런 허튼은 "토트넘은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100%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있어서 대단한 선수다. 그러면 최소한 두 시즌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기간에 대안을 찾는다면 토트넘은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팔 수 있다. 손흥민을 그냥 풀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관심사는 재계약이다. 옵션 발동 이후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연장계약을 제시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내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손흥민을 매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현시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손흥민은 당장 2023~2024시즌에도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새 시즌도 토트넘 공격의 중심은 손흥민이 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그 이후는 물음표다. 2025~2026시즌에 손흥민은 34세가 된다. 기량이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토트넘은 2024~2025시즌을 지켜보고 재계약을 할지 매각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레전드급으로 활약한 손흥민에게 너무 인정 없는 대우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토트넘은 원래 그런 클럽이다. 바로 직전 시즌에 요리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요리스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통산 447경기에 출전했다. 토트넘의 절대적인 레전드 해리 케인(현 바이에른 뮌헨)이 435경기를 뛰었고 손흥민이 408경기를 소화했다. 심지어 요리스는 2015~2016시즌부터 8년 동안 주장 완장을 찼다.
토트넘은 그런 요리스를 2023년 여름 팔아치우려다가 실패했다. 어영부영 토트넘에 남았지만 전력에서 제외됐다. 벤치만 지키다가 결국 2024년 1월 자유계약으로 미국 LAFC로 이적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