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향한 손흥민의 입장 발표 이후 토트넘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최근 주장 손흥민에 대한 토트넘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큰 논란이 됐었다. 단순히 상대 팀 팬이 아닌 토트넘 동료가 주장 손흥민을 향해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했기에 파장은 컸다. 논란이 시작된 이후 벤탄쿠르가 직접 손흥민에게 사과를 했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흥민이 20일 공개적인 입장 발표로 개인 SNS를 통해 남기며 상황은 나아질 수 있었다. 손흥민은 해당 사건에 대해 "벤탄쿠르와 이미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미 사과를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벤탄쿠르가 뭔가를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우린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 이제 지나간 일이며, 우린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한 팀으로서 싸울 것이다"라며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자신의 입장을 마무리했다.
손흥민이 입장을 내놓으며, 팀 동료 벤탄쿠르를 용서하자, 그간 사태에 대해 침묵하던 토트넘과 EPL도 즉각적인 입장문을 전했다.
토트넘은 '해당 인터뷰 영상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과 공개 사과에 이어,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도움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 목표에 따른 모든 선수들을 위한 추가 교육도 포함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주장 손흥민이 이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느끼며, 앞으로 새로운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 경기, 더 넓은 사회까지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확실하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EPL도 토트넘의 입장문을 공유하며 'EPL과 구단들은 모든 형태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차별로 인한 학대에 맞서 조치를 취하는 구단, 선수, 직원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다'라며 EPL도 이런 사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EPL과 토트넘의 입장은 손흥민의 입장이 공개된 이후에서야 나왔다. 그간 토트넘과 리그 모두 해당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며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결단과 용서가 토트넘과 리그에게도 기회를 제공했고,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이 지나서야 이번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인권 단체까지 나서며 자칫하면 더 심각한 상황으로도 번질 수 있었다. 스포츠 내 차별을 반대하는 인권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공식 SNS를 통해 '킥 잇 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한 제보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제보들은 이미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내진 상태다'라고 발표했다.
킥 잇 아웃은 '우리는 벤탄쿠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문제가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킥 잇 아웃의 반응과 더불어 토트넘은 오는 7월 한국에 방문해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참여하는 일정까지 예정되어 있었기에 인권 단체의 고발, 한국에서의 비난 등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쏟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입장 발표 이후 구단도 차별에 대한 확실한 근절을 약속하며 다행히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손흥민으로서는 이번 입장문이 그간의 대응 기준을 깬 노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토트넘 이적 이후 꾸준히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아왔다.
지난 2022~2023시즌에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5라운드 토트넘과 팰리스의 맞대결에서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일부 원정 팬들이 그를 향해 양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인종 차별 행위를 하면서 시작됐다. 손흥민은 당시 인종차별적 행위와 손가락 욕 등 매우 불쾌한 행동을 마주했음에도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벤치로 돌아갔다.
해당 시즌 초인 지난해 8월 첼시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해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으며, 2023년 2월 웨스트햄전에서도 해당 행위가 발생해 토트넘 구단과 프리미어리그 등이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부 프리미어리그 해설가가 손흥민의 경기 중 행동에 대해 무술이라고 비판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때마다 침묵으로 맞섰다. 침묵의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손흥민은 인종차별 관련 질문을 받자 "영국에서 뛰었을 때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가장 좋은 반응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다 한 인간으로서 축구를 하고 있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한 가지 스포츠를 하고 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무대응이 가장 좋은 반응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주장으로서 침묵 대신 용서를 택했다. 향후 토트넘과 동료가 받을 비난을 막아주며, 다시 한번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반성할 기회까지 제공했다. 더욱이 침묵하던 토트넘과 EPL도 손흥민의 입장 발표와 함께 의견을 더할 수 있었다.
다만 벤탄쿠르가 이번 손흥민의 입장 발표에도 징계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EPL에서는 팀 동료와의 절친한 관계에도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경우 징계를 내린 사례가 있다.
과거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는 자신의 SNS에 팀 동료 벤자민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초콜릿 과자 캐릭터 사진을 함께 게시하며 '누구인지 맞혀봐'라는 내용의 글을 덧붙였다. 해당 글이 게재된 뒤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이라는 의견을 쏟아냈다. 2016년부터 AS모나코 시절부터 함께한 멘디와 친분에 의한 장난이었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인종차별 조사에 착수했고 징계를 내렸다. 당시 실바는 1경기 출장정지, 대면 교육, 벌금 등의 징계를 받았다. 벤탄쿠르도 내부 징계나 FA의 징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손흥민의 입장 발표와 토트넘, EPL의 합심으로 그간 팬들을 분노하게 했던 벤탄쿠르 인종차별 사건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가오는 7월 토트넘의 한국 방문 시에는 다시 한번 팬들의 상처를 위한 확실한 사과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