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토트넘 선수가 무려 주장 손흥민을 향해 충격적인 인종차별을 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사과를 했지만 무성의했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은 15일(한국시각)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나쁜 농담을 하고 사과를 했다'라고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최근 우루과이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해당 질문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답했다. 해당 발언 이후 그의 발언에 동양인에 대한 비하가 있다고 판단판 팬들은 그를 비판했다.
벤탄쿠르는 논란이 시작되자 곧바로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매우 좋지 못한 농담이었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거야, 너를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짧은 사과와 무성의한 태도에 사과에도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간 벤탄쿠르와 손흥민의 절친한 관계 때문에 더욱 실망감은 컸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십자인대 부상에서 돌아올 당시 공개적으로 SNS와 인터뷰를 통해 벤탄쿠르의 복귀를 반기며 절친한 사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 언론도 벤탄쿠르의 언행을 조명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벤탄쿠르는 동양인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이후 팀 동료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그의 행동은 손흥민이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지 채 일 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라며 강한 실망감을 표했다.
손흥민은 이미 여러 차례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로 논란이 되기도 했기에 이번 벤탄쿠르의 언행과 사과는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22~2023시즌에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5라운드 토트넘과 팰리스의 맞대결에서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일부 원정 팬들이 그를 향해 양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인종 차별 행위를 하면서 시작됐다. 손흥민은 당시 인종차별적 행위와 손가락 욕 등 매우 불쾌한 행동을 마주했음에도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벤치로 돌아갔다.
당시 원정 팬의 만행이 SNS를 통해 전해지자 큰 공분을 샀다. 토트넘은 곧바로 경기 후 성명을 통한 비판을 내걸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경기에서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혐의를 인지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은 혐오스럽고, 사회, 경기, 클럽에서 모두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당시 발생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한국 팬들도 토트넘 구단도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을 향한 경기장 내 인종차별 행위는 팰리스전까지 지난 시즌에만 3번째였는데, 시즌 초인 지난해 8월 첼시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해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 웨스트햄전에서도 해당 행위가 발생해 토트넘 구단과 프리미어리그 등이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부 프리미어리그 해설가가 손흥민의 경기 중 행동에 대해 무술이라고 비판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팰리스전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토트넘은 '구단은 지난 5월 팰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몸짓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팰리스 원정 팬이 원래 선고에 대한 항소 이후 3년 동안 경기장 출입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해당 팬에 대한 징계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라리가에서는 인종차별을 행한 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3년 5월 발렌시아의 메스티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도중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해 원숭이 울음소리로 인종차별 행위를 했던 3명의 팬은 지난 11일 징역 8개월, 2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 처분을 당했다.
스페인 언론도 '스페인에서 축구장 내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명의 피고인이 피부색을 언급하는 구호와 몸동작, 노래 등으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모욕한 게 입증됐다. 원숭이의 울음소리와 행동을 반복해서 따라 하는 행위는 선수에게 좌절감과 수치심, 굴욕감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존엄성까지 파괴했다'라며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했다.
판결 후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기장 내 인종차별 행위에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모든 흑인을 위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EPL 무대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벤탄쿠르의 행동에 대한 질타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간 인종차별에 대해 엄중한 태도를 보였던 토트넘이 팀 내 선수가 주장에게 인종차별을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과 사과 등에서 보인 태도는 계속해서 논란과 질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