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처음 만났을 땐 날 참 어려워했는데…"
매일 경기가 시작되기전 '적장'을 찾아 인사하는 주장이 있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라운드에서 LG 트윈스 김현수가 인사를 하러 온 것. 박진만 감독은 밝게 웃으며 양손을 흔들어보였다.
이날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김현수는 삼성과 대구 3연전을 벌인 3일 내내, 타격 연습이 시작되기 직전 박진만 감독을 찾아와 웃는 얼굴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갔다. 그때마다 박진만 감독도 높은 텐션으로 맞이하곤 했다.
박진만 감독은 1976년생, 김현수는 1988년생으로 띠동갑이다.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을 나이 차이다. 두 사람이 한솥밥을 먹은 것도 대표팀이 유일하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대표팀에서 자주 만났다. 김현수가 젊은 신예로 처음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는 나이 차이가 많아서 되게 어려워했다"면서 "지금은 친구지 뭐"라며 미소지었다.
"워낙 솔선수범하는 친구라서. 자기 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가장 모범적인 선수 꼽으라면 김현수다. 후배들은 김현수와 같이 뛰면서 배우는 게 큰 행운이다."
염경엽 LG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우리 팀에 리더 역할 해주는 선수가 많다. 김현수 말고 박해민, 박동원, 오지환, 누구 하나 잘한다고 하기 어렵다. 다들 전체적으로 잘 움직여준다는 게 우리팀의 최고 장점"이라고 했다.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감독 코치가 제시한 방향성을 고참이 얼마나 이행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코칭스태프가 고참들을 움직일 수 있느냐가 결국 그 팀의 '케미'고, 그걸 잘해주는 게 좋은 리더다."
지난해와 올시즌초 LG의 주장은 오지환이었다. 4월 중순쯤 오지환 대신 김현수가 다시 주장 완장을 찼다. 지난 2019~2021년 이후 3년만이다.
염경엽 감독은 "어떤 상황이 됐을 때 현수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 역할을 현수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팀 퍼스트'를 외치는 염경엽 감독에겐 최고의 선수가 함께 하는 셈이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