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지난 시즌 강원FC가 승점 28점을 쌓는 데 걸린 시간은 203일이었다. 9월 16일, 30라운드가 돼서야 전북을 3대1로 꺾고 시즌 다섯 번째 승리를 맛봤다. 강원은 6승16무16패 승점 34점, 10위로 2023년을 마감했다. 올해는 그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시켰다. 93일 만에 벌써 승점 28점이다. 강원은 16라운드까지 8승4무4패 단독 4위이다. 7년 만에 4연승을 질주하며 선두권에 합류했다.
강원이 달라졌다. 일단 축구가 재밌다. 자주 이기니까 팬들이야 재밌겠지만 내용도 정말 좋다. 두 골을 허용하면 세 골을 넣는 '상남자' 축구다. 당장 수비 조직력을 뚝딱 개선하기는 어려우니 강점을 극대화했다. 강원의 팀 득점은 2023년 단 30골이었다. 올해는 16경기 29골이다. 한 경기 평균 득점이 2배 이상 증가했다.팀 득점은 울산(31골)에 이어 2위다. 실점은 26골로 광주와 공동 1위다. 난타전을 벌이면서 승리까지 챙기니 축구가 재밌다.
올 시즌 강원의 최고 히트작은 '고3 윙어' 양민혁이다. 아직 강릉제일고에 재학 중인 양민혁은 작년 말 강원과 준프로 계약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팀 훈련과 K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팀 내 출전시간 3위를 기록하며 4골-3도움이다. 공격 듀오 야고와 이상헌도 각각 7골을 몰아쳐 든든하다. 윤석영 강투지 송준석 등 수비 쪽에서도 골이 터져 다양한 득점 루트를 자랑한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선수들이 그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따르며 실행하도록 열심히 노력해줬다고 한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에 강원 지휘봉을 잡았다.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수비적인 운영을 선호한다는 그간의 이미지를 벗어나 공격적인 팀을 만들고 싶었지만 팀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란 어렵다. 윤 감독이 팀을 제대로 만질 시간도 그렇게 충분하지 않았다. 동계 훈련이 중요했다. 윤정환 감독은 "선수들이 하려고 한다. 간절함이라고 해야 할까, 헌신하는 모습들이 운동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뿌듯함을 느꼈다.
윤 감독은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이든 팀이든 잘 나갈 때 겸손해야 하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강원은 3년7개월 만에 3연승을 넘어 7년 만에 4연승에 성공했다. 윤 감독은 "3연승에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만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그런 마음 놓는 생각하지 말고 이 한 경기를 위해 열심히 해보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원팀'의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 그는 "각자 그런 마음들이 하나의 씨앗이 되고 또 승리로 연결되면서 플러스 작용이 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굉장히 크다"고 감탄했다.
전반기를 기대 이상으로 마쳤다고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강원은 일단 상위 스플릿 확보가 당면 과제다. 윤정환 감독은 "처음에 상위스플릿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시즌 반이 지나서 그 안에 들어왔다. 지금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여기서 버텨야 한다. 윤정환 감독은 "앞으로 16~17경기가 더 중요하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 더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겠다"고 현 위치 사수를 다짐했다. K리그1에서 강원의 최고 성적은 2017년, 2019년, 2022년, 달성했던 6위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