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흠잡을 곳 없는 완벽투였다.
724일만에 KBO리그 무4사구 완봉승 기록을 쓴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 올 시즌 출발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4월까지 7경기에서 윌커슨은 1승3패, 평균자책점 5.12였다. 3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투구를 펼쳤으나, 비자책으로 승리를 딴 3월 29일 NC전 이후 두 경기에서의 QS는 모두 3실점을 했다. 나머지 4경기에선 피홈런, 볼넷으로 고전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5월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5월 4일 삼성전에서 7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시즌 2승째를 기록한 뒤 이어진 4경기를 모두 QS로 장식했다. 5월 5경기 33⅓이닝 동안 단 3개의 볼넷 만을 허용했고, 탈삼진을 30개나 잡았다. 6월 4일 광주 KIA전에선 9이닝 5안타 무4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완봉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KIA전에서 윌커슨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8㎞(평균 145㎞)로 빠른 편은 아니었다. 이날 가장 많이 구사한 체인지업(40개·최고 137㎞, 평균 134㎞)과의 구속차가 꽤 있었던 부분이 눈에 띈다. 커터(34개·최고 145㎞, 평균 141㎞)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KIA 타선을 침묵시켰다.
이날 윌커슨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모든 공이 거의 라인에 물릴 만큼 좋은 제구력을 보여줬다. 자신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고중들로 타자들이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을 많이 던졌다"고 평했다.
시즌 초반과 가장 달라진 건 구위. 유강남은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초반엔 다소 헤매다가 날씨가 더워지면 올라오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활용하다 체인지업 비중을 높인 것이나, 구속 면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주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로소 본궤도에 오른 윌커슨. 하지만 여전히 안심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또 안 좋은 시기가 올 수 있다"며 "안 좋은 부분을 잘 수정해 나가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