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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황 꼼짝마!' 불방망이→수비 디테일까지 '만점'. 19세 신인 도운 슈퍼멀티의 눈 [대전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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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심판님이 못보신 거 같아서…바로 손을 들었죠."

선발로 나선 19세 신인이 첫 타자 상대로 볼넷을 줬다. 지켜보는 선배는 속이 탔다.

1사 1루에서 견제. 주자에게 글러브를 향하는데, 순간 주자의 발이 떨어진 게 보였다.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이글스 1루수 김태연의 기지였다. 상대는 리그에서 가장 얄미운 사나이,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었다.

"그냥 세이프 타이밍이었죠. 글러브를 갖다댔는데, 갑자기 발이 떨어지더라고요? 바로 태그하고 어필했죠. 아웃이라고."

하지만 아웃이 불리지 않았다. 김태연은 즉각 벤치에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다.

1경기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횟수는 단 2번(실패시, 연장전 돌입시 1번 추가) 뿐이다. 1회초 1사 1루에선 쉽지 않은 결심. 하지만 정경배 감독대행은 김태연의 요청을 들어줬고, 판독 결과는 아웃이었다. 황성빈이 1루를 밟고 섰다가 잠시 방심한 틈에 태그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 후 만난 김태연은 '극초반이긴 하지만 경기 흐름이 확 넘어온 것 같다'는 말에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라며 씩 웃었다.

이날 한화 선발은 황준서였다. 다음타자 고승민에게도 볼넷을 내줬음을 감안하면, 초반 크게 흔들릴 수 있었던 신인 투수를 다잡아준 선배의 지원이었다.

그 덕분일까. 황준서는 이날 6이닝 무실점 6K로 호투, 프로 데뷔 후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김태연은 "(황)준서가 잘 이겨낸 거죠. 잘 던졌잖아요"라고 강조했다.

김태연은 지난 5월 1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1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주로 5~7번 정도의 위치에서 한방 장타를 담당해온 그에게 익숙한 위치는 아니다. 전통적인 리드오프의 역할처럼 기민한 몸놀림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최원호 전 감독은 김태연의 선구안을 높게 평가해 리드오프를 맡겼고, 연승 행진중인 만큼 정경배 감독대행도 이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번 롯데와의 주중시리즈에서도 4타수 2안타,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1번타자라고 해서 다른 타순보다 더 잘해야한다 이런 부담 가질 이유도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늘 하던대로 똑같이 치고 있습니다."

올시즌 타율 3할2푼1리 6홈런 2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1로 커리어하이를 기록중이다. 김태연은 "시즌 초반에 코치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컨디션 관리가 잘됐습니다. 그 컨디션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게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타격의 기본기가 좋고, 장타 한방 능력도 갖춘 선수다. 그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멀티로 활약하고 있다. 1루와 3루는 물론 2루, 때로는 외야도 뛴다.

"감독님이 내보내주시는 대로 어느 포지션이든 열심히 뛸 뿐입니다. 전 시합에 나가는 자체로 항상 감사합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