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극복하고 해내야 한다."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A대표팀 감독(55)이 '운명의 2연전'을 앞두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말레이시아는 키르기스스탄(원정·6월 7일)-대만(홈·6월 11일)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별리그 D조 5~6차전을 치른다. 말레이시아는 앞선 4경기에서 2승2패,조 3위에 랭크돼 있다. 최종 예선 진출권은 조 1~2위 팀에 주어진다. 남은 두 경기 결과에 말레이시아의 운명이 걸렸다.
김 감독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두 경기가 남았다. 두 경기 모두 이겨야 최종예선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 떨리는 상황이다. 일단 최선을 다해 2승을 해 놓아야 한다. 최소 1승1무는 해야지, 1패면 끝난다"고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축구가 '제1 스포츠'다.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또 최근에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기대가 상당하다. (상대와) 전력 차이는 분명히 있다. 더욱이 키르기스스탄전은 원정이다. 불리한 부분이 있다. 극복하고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상위 랭커' 대한민국과 3대3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말레이시아의 열세다. 말레이시아는 4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8위다. 키르기스스탄은 100위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홈에서 키르기스스탄을 4대3으로 잡은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대표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김 감독과 선수단은 각 팀의 배려 덕에 조기 소집했다. 27일부터 훈련 중이다. 또 키르기스스탄 원정 경기에 전세기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비행 시간이 매우 길다. 일반 비행 일정으로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최대한 편의를 봐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하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최근 연달아 안타까운 사건과 마주했다. 파이살 할림, 아키아르 라시드, 사피크 라힘 등 국가대표 선수 일부가 피습을 당했다. 특히 할림은 몸에 염산을 맞아 수술을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염산 테러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폭력, 폭행 사건도 있었다. 갑자기 무엇 때문에 그런지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현재 괜찮다. 다 조심하고 있다"며 "충격이 크다. 이번에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그걸 극복하고 해 봐야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겐 또 다른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6월 열리는 두 차례 A매치에는 김 감독 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도자' 세 명이 출격한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에 김상식 베트남 감독이 가세했다. 김 감독은 "동남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이 가장 강하다. 이 중 세 팀의 지도자가 한국인이다.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지도자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다. 또 다른 한국인 감독을 쓰겠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감독이라면 (현지 부정 반응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출전국 수가 늘어나면서 기회가 많아졌다. 기대치도 높아졌다. 한 번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출전한다면 우리에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