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즌초 부진에도 사령탑의 신뢰는 변함없었다. 그리고 5월 들어 그 믿음을 성적으로 보답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1) 이야기다. 윤동희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0-1로 뒤진 7회말,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꼴찌' 롯데가 선두 KIA를 거꾸러뜨리는 순간이었다.
윤동희는 뒤이은 2,3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최지민의 폭투 때 2루에서 홈까지 단번에 파고드는 폭풍 주루로 이날 사직을 찾은 1만4006명 야구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이어 롯데는 8회말 터진 유강남의 쐐기 2점포까지 더해 6대1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투수(최지민)가 던진 공의 궤적이 많이 낮았다. 빠지면 멀리 빠질 것 같아서 전력을 뛰었다. 홈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2루에서 3루를 갈 때 80% 정도 (홈까지)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코치님 사인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윤동희는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2군에 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윤동희 말곤 중견수를 볼 선수가 없다. 또 타격감은 좋지 않지만 해줘야하는 역할이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그 신뢰에 차츰 보답하고 있다. 4월 2할2푼9리에 그쳤던 타율을 5월 들어 3할3푼9리까지 끌어올렸다. 5월 OPS(출루율+장타율)는 0.844에 달한다.
윤동희는 "답하기 조심스럽지만, 오늘은 (적시타를)쳤으니까…그동안은 출루에 욕심을 갖다보니 타이밍이 늦어졌던 것 같다. 이젠 전보다 더 과감하게 치려고 한다. 너무 공을 보고, 출루를 신경쓰기보단 유리한 카운트에는 배트를 낸다"고 설명했다.
전준우 정훈 손호영 등 주력 타자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빠진 상황. 윤동희는 "팀원들 전체가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한경기 한경기 이기려고 벼르고 있다. 멀리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역전 결승타에 멋진 주루까지 선보였다. 선발 반즈는 무슨 이야기를 해줬을까. 윤동희는 "뭐라고 하면서 엉덩이를 쳐줬는데, 내가 영어에 약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