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제작진이 이민기와 TCI가 해결한 노인 연쇄살인사건이 실제 범죄를 모티브로 했다는 지난 1, 2회의 숨은 1인치에 대해 직접 답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수진,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에이스토리)가 방송 2회만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청을 시작하는 순간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사건 전개, 웃음까지 잡으며 빈틈도 꽉 메운 인물들의 티키타카, 박준우 감독의 명불허전 하이퍼 리얼 연출력에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화려한 카액션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유려하게 어우러진 '웰메이드 장르물'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지난 방송에서 다뤄진 차로 노인을 죽인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분이 심상치 않다. 2화 방송의 에필로그 '경찰서 사람들'에서, 차연호 역의 이민기가 이날 다뤄진 사건이 "관련 법률 개정까지 이끌어낸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충격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 2년여 간 무려 4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상자를 낸 정호규(배유람). 하지만 처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번번히 과실치사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피해자 모두 대신 고소를 진행해줄 수 있는 변변한 가족이 없는 고령의 노인이라 유가족과의 합의 역시 용이했다. 신용불량자인 정호규가 다수의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의심스러웠다.
TCI의 수사 결과, 이는 보험금 대신 발각이 쉽지 않은 형사 합의 지원금을 노린 범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호규는 형사 합의 지원금으로 1억 2000여 만원이나 수령했지만, 합의금은 미비한 금액에서 해결됐다. 보험사기 조사관 차연호는 정호규가 일으킨 4건의 교통사고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과정에서 사기 정황을 발견했고, 이를 TCI에 제보하면서 사건 해결에 물꼬를 텄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 친모까지 살해한 공범이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보험금의 허점을 이용한 잔인하고 파렴치한 살인을 다룬 이번 에피소드는 보는 이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다.
그런데 그 노인 연쇄살인사건이 '크래시' 속 깨알 코너, '경찰서 사람들' 에필로그를 통해 실화였음이 밝혀져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민기는 지난 2007년,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극화했다는 점을 전하며, "당시 실제 범인은 두 명의 할머니를 차로 치여 살해하고, 또 한 명의 할머니에게 중상을 입히고도 단순 과실로 위장해 보험금을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고 종결 이듬해, 교통사고로 위장한 연쇄살인의 진실이 밝혀지며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운전자가 합의금 차액을 노리고 고의 사고를 내는 비슷한 방식의 보험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법률 개정까지 이끌었다. 현재 운전자가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실제 합의금 이상의 보험금을 중복 수령할 수 없고, 합의금 역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형사 합의 지원금을 노린 범죄, 더 이상 가능하지도, 꿈꾸지도 말아야 한다"라는 이민기의 마지막 일침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잠재우고, 작품의 기획 의도 악용까지도 막는 효과를 일으켰다.
지난 2회 방송 엔딩에선 귀신이 나오는 '강희삼거리'가 TCI가 해결할 새로운 사건으로 예고됐다. 소복을 입은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핸들도 제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차량으로 가로수를 들이받았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어떤 교통범죄 사건으로 이어질지 궁금증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 이에 제작진은 "노인 연쇄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가 계속된다"라며, "강희삼거리 사건 역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했다. 귀신이란 황당한 소재가 생각지도 못했던 범죄와 연결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차와 관련된 범죄가 얼마나 다양하고 심각한지 보여준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크래시'는 매주 월, 화 밤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에서도 동시 공개된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