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중징계를 내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인천 서포터스의 물병 투척 사건을 심의했다. 연맹은 '인천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과 홈경기 응원석 폐쇄 5경기 징계를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천 팬들을 도발한 FC 서울 골키퍼 백종범도 제재금 700만원이 부과됐다.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경기에서 벌어진 사태다. 서울이 2대1로 승리한 직후 그라운드로 100개가 넘는 물병이 폭탄처럼 쏟아졌다.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응원석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 후 벌어진 일이다. 인천과 서울 선수들이 자제를 당부했지만 소용 없었다. 서울 기성용은 급소에 물병을 맞아 쓰러지기까지 했다.
인천은 즉각 전달수 대표이사 명의로 공개 사과했다. 인천은 '홈 경기를 운영하는 구단은 모든 팬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관람객과 선수들이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연맹은 '경기규정 제20조 제6항에 따라 홈팀은 경기 중 또는 경기 전후 홈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며, 이번 건은 소수의 인원이 물병을 투척한 과거의 사례들과 달리 수십 명이 가담하여 선수들을 향해 집단적으로 투척을 했기 때문에 사안이 심각한 것으로 봤다. 백종범에게는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를 이유로 제재금 700만원이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홈 경기를 무사히 개최하지 못한 인천의 죄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병 대부분이 인천 응원석에서 날아들었다. 주범이 인천 서포터스로 지목됐지만 연맹 관계자는 "팬을 직접 징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인천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잘못으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
K리그 규정에 따르면 관중이 그라운드에 이물질을 투척할 경우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응원석 폐쇄 등의 조처가 내려진다.
지난해 수원 삼성은 관중석에서 연막탄이 투척되는 것을 막지 못해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2020년에는 연맹이 관중석에 성인용품으로 사용되는 인형을 비치한 서울에 제재금 1억원을 부과했다. 2016년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됐던 전북 현대는 벌금 1억원에 승점 9점을 빼앗겼다. 2013년에는 울산 홈 경기에서 원정 포항 팬들이 물병을 투척한 사례가 있다. 당시 연맹은 경기 진행을 방해한 포항 측에 제재금 500만원,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에 소홀했던 울산 측에 제재금 300만원을 내도록 했다.
인천도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물의를 일으킨 문제의 일부 관객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은 물병을 던진 관객들에게 자진 신고를 요청했다. 인천은 '자진 신고 시 구단의 민·형사상 법적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모든 증거 자료를 종합해 관할 경찰서에 고발 조치함과 동시에 이번 사고에 대한 구단의 모든 재정 피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