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토트넘과 캡틴 손흥민이 내일 새벽 '역대급 밸런스 게임'을 맞이한다. 내가 잘하면 최악의 숙적이 이득을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토트넘은 15일 새벽 4시(한국시각) 안방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홈경기를 펼친다.
토트넘은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위해 오직 승리만 필요하다. 그러나 토트넘이 이기면 앙숙 아스널이 우승에 성큼 다가선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는 아스널이 우승하는 꼴을 보느니 지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아스널은 한 경기를 남겼다. 승점 86점에 골득실 +61(89득점 28실점)점이다. 토트넘전을 포함해 두 경기를 남긴 맨시티는 승점 85점에 골득실 +58(91득점 33실점)점이다.
현재 자력 우승은 맨시티가 가능하다. 맨시티는 2승이면 무조건 우승이다.
그러나 토트넘이 맨시티를 잡을 경우 매직넘버는 아스널에 넘어간다. 무승부만 해줘도 골득실에서 앞서는 아스널이 유리하다. SNS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토트넘을 응원하겠다'는 아스널 팬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스널은 무려 2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린다. 그 누구보다 아스널의 우승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토트넘 팬들이다.
하지만 토트넘도 맨시티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크다. 토트넘은 36경기 승점 63점으로 5위다. 애스턴 빌라가 37경기 승점 68점으로 4위다. 애스턴 빌라가 마지막 라운드에 진다고 했을 때 토트넘이 2연승에 성공하면 순위는 뒤집힌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아직 살아있다.
마침 토트넘은 5위에 그친다면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리그에 나가게 된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토트넘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엄밀히 손익계산을 따지자면 아예 터무니없는 딜레마는 아니다. 토트넘은 2008년 이후 16년째 무관이다.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FA컵 등에서는 우승을 꿈도 꿀 수 없다. 유로파리그는 토트넘에 좋은 기회다.
물론 이는 팬들이나 상상하는 고민이다.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남의 불행을 위해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며 과장을 보태면 승부조작으로 규정 가능하다.
실제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과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
포스테코글루는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앙숙 관계 중 하나인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도 경험한 사람이다. 라이벌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팀이 지길 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스포츠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