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돈 대신 낭만을 택했다.
과거 아스널, 웨스트햄에서 활약한 루카스 페레스(36·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202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액의 연봉을 제시받았지만, '고향팀' 데포르티보 이적을 감행했다.
심지어 이적을 위해 사비로 이적료까지 보탰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무려 49만3000유로(현재환율 약 7억2700만원)를 내고 이적을 매듭지었다.
페레스는 '전통명가' 데포르티보 유스 출신이 아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프로 데뷔했다. 하지만 라 코루냐 출신인 페레스는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를 친정팀처럼 여겨왔다. PAOK(그리스) 소속이던 2014~2015시즌 임대로 데포르티보에 처음 합류한 페레스는 시즌 후 데포르티보로 완전이적했다.
"데포르티보 인근 마을에서 뛰놀던 네 살짜리 소년이 (축구선수의)꿈을 꿨다. 이제 결정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나는 스타가 아니다. 나는 모넬로스(그가 자란 코루냐 동네)에서 온, 여러분과 같은 루카스다. 나는 데포르티보를 돕기 위해 왔다. 돈은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2015~2016시즌 라리가에서 17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으로 2016년 여름 1710만파운드 이적료에 아스널로 이적한 페레스는 적응에 실패하며 2017~2018시즌 재차 데포르티보로 임대를 떠나 8골을 넣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웨스트햄,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엘체, 카디스 등을 거친 페레스는 은퇴를 앞둔 커리어 말년에 데포르티보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당시 데포르티보는 스페인 3부리그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1999~2000시즌 라리가 챔피언의 몰락이었다.
2017~2018시즌 페레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세군다(2부)로 강등된 데포르티보는 2019~2020시즌 세군다 19위를 기록하며 프리메라 페데라시온(3부)으로 내려앉았다. 1979~1980시즌 이후 40년만의 3부 강등이었다. 페레스가 시즌 도중에 합류한 2022~2023시즌 3부 4위를 차지하며 아쉽게 승격에 실패한 데포르티보는 올 시즌 3부 북부리그 36경기에서 단 4패에 그치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덧 36세 베테랑이 된 왼발잡이 공격수 페레스는 올 시즌 팀내 최다이자 전체 3위인 12골 17도움을 폭발하며 팀의 2부 승격을 도왔다. 승격을 확정한 13일 바르셀로나 애슬레틱과 36라운드에서 후반 12분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승격을 확정지은 후 페레스는 "나는 이 팀을 도우러 왔다. 데포르티보와 함께 프로(1~2부)에 복귀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완벽한 서사다. 이런 낭만는 또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