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대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동갑내기 동료 손흥민(토트넘) 만큼이나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재성은 12일(한국시각) 독일 마인츠 오펠 아레나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멀티골을 쏘며 팀의 3대0 대승을 이끌었다.
어김없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전반 12분 레안드로 바레이로의 선제골로 팀이 1-0으로 앞선 19분, 박스 부근에서 영리하게 상대 골키퍼의 골킥을 차단해 지체하지 않고 정확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골맛을 본 이재성은 4분 뒤인 전반 23분, 이번엔 바레이로의 우측 컷백을 감각적인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 또 한 번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재성의 골이 터질 때마다 오펠 아레나가 들썩였다.
이재성은 이날 경기를 통해 '돌문(도르트문트) 킬러'란 사실을 재입증했다. 이재성은 2021년 여름 홀슈타인 킬에서 마인츠로 이적한 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통산 3골 2도움, 최근 4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도르트문트는 객관적 전력에서 마인츠에 크게 앞서는 팀이지만, 그런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1월 경력 최초로 도르트문트전에서 득점한 이재성은 5월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2대2 무승부를 뒷받침했다. 도르트문트는 이날 무승부로 바이에른 뮌헨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이강인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해 레알 마드리드전을 앞두고 있다.
이재성은 지난 4월 다름슈타트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4대0 대승을 이끈 뒤, 4경기만에 다시 멀티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폼'을 이어갔다. 이재성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6골 3도움을 작성하며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공격포인트까지 1포인트를 남겨뒀다.
이재성은 지난 2022~2023시즌 34경기에서 7골 4도움을 기록하며 경력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최종전에서 또 멀티골을 넣으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다. 분데스리가 통산 기록은 89경기 17골 10도움. 와인이 오래될수록 맛있듯이, 이재성의 활약도 농익고 있다.
마인츠의 이재성의 멀티골에 힘입어 3대0 스코어로 승점 3점을 챙겼다. 마인츠가 도르트문트전에서 승리한 건 지난 2020년 6월 이후 약 4년만이고, 홈에서 이긴 건 2014년 9월 이후 약 19년만이다. 당연히 이재성은 처음으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승리하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린 마인츠는 최종전 한 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32점을 기록하며 15위에 위치했다.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6위 우니온 베를린(30점)이 같은 라운드에서 쾰른에 패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승점차 2점, 득실차 12골 앞서있어 18일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다이렉트 잔류를 확정짓는다. 우니온은 같은 날 프라이부르크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이재성은 지난 2023년 마인츠와 2026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다음시즌에도 분데스리가를 누빌 수 있을까? 중소클럽인 마인츠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만큼 오래토록 꿈꾸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