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류현진과 유형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다."
찰리 반즈(29·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3안타 무4사구 1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3탈삼진은 롯데 외국인투수 역대 1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댄 스트레일리가 기록한 12탈삼진을 넘어섰다.
총 102개의 공을 던진 반즈는 최고 시속 147㎞의 직구(33개)와 슬라이더(34개), 체인지업(24개), 투심(11개)을 섞었다. 직구 구위가 완벽하게 살아나면서 슬라이더 위력이 배가됐다. 슬라이더 스피드와 휘어짐에도 차이를 두면서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는 무기력하게 허공을 갈랐다.
최근 반즈는 무서운 속도로 삼진 비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기록한 삼진이 무려 43개나 된다. 평균 10개 이상이다.
최하위 롯데는 반즈의 호투를 앞세워 6대1로 한화를 제압하며 시즌 첫 4연승으로 9위 한화를 1게임 차로 압박했다.
이날 호투는 반즈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한화는 선발 투수로 류현진(37)을 내세웠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해 2012년까지 98승을 거뒀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78승을 거둔 특급 좌완.
KBO리그 '최고 커리어' 투수이자 메이저리그 경력 상 비교 불가 우위 투수와의 맞대결.
반즈는 류현진 이야기에 남다른 사연을 공개했다. 반즈는 "2019년 더블A에 있을 때 류현진과 유형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류현진의 영상과 자료를 굉장히 많이 보고 분석하면서 배우려고 했다"며 "그 덕분에 이렇게 성장해 류현진을 상대할 수 있어 너무 영광스러웠다"고 했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마지막 해였던 2019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시아 투수 최초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르며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이후 토론토로 이적한 뒤에는 젊은 선수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도 완벽한 제구를 앞세운 상대와의 수싸움은 투수들의 교본이 되기에 충분했다.
반즈는 "다저스에 있을 때 굉장히 좋은 투구를 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영상을 찾아 봤다. 류현진은 커브를 주로 사용하지만, 나는 슬라이더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을 했고, 다른 구종도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갈 지 영상을 보면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반즈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완벽하게 사용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반즈와 슬라이더 활용을 잘 하기 위한 플랜을 짜고 나왔다. 우타자 몸쪽과 바깥쪽으로 골고루 섞어서 던지니 어려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좌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의 떨어지는 각이 좋았다. 오늘 슬라이더가 잘 먹힐 수 있었던 이유는 직구가 힘있고 좋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반즈는 "오늘도 류현진이 어떻게 우리 타자를 상대하는지 지켜봤다. 2S 이후 투심을 몸쪽에 던지는 걸보고 그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보고 배워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교과서'로 삼던 투수와의 맞대결에서의 승리. 반즈에게는 뿌듯한 훈장이자 자부심의 기억이 됐다. 하지만 많은 것을 깨우쳐준 류현진에 대한 변함 없는 믿음은 잃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미 보여준 것이 많은 선수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부산=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