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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가물가물'…'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줄어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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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 등으로 인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 감소세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해 빚부터 갚는 추세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인플레이션 불씨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올라 고금리의 고통이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올해 초만 해도 늦어도 6월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후 예상 시점이 계속 늦춰지더니 최근에는 11월 인하조차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와 함께 시장 금리도 들썩이는 추세다. 실제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장중 연 4.708%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열린 조지아 트빌리시 현장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예상 시점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480∼5.868% 수준이다. 1월 31일(연 3.450∼5.825%)과 비교해 상단이 0.043%포인트(p), 하단이 0.030%p 높아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액 저축성예금 감소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예금은 지난 2022년 말(796조3480억원)보다 24조5990억원(3.1%) 감소한 771조749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상반기 500조원, 2019년 하반기 600조원, 2021년 상반기 700조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증가세를 이어왔던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23조9210억원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 중에도 6780억원이 더 줄었다. 두 반기 연속으로 이 잔액이 줄어든 것은 한은이 지난 2002년 상반기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정기예금 잔액 감소가 전체 감소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1조8180억원으로 2022년 말(564조5460억원)보다 32조7280억원(5.8%) 줄었다. 반면 1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자유예금(법인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 잔액은 2022년 말 219조8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29조6100억원으로 늘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억원 초과 개인 고객의 정기예금 잔액과 계좌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해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 돈은 입출금 예금에 넣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원화 예금 잔액은 전년보다 5조8260억원(0.9%) 줄어든 637조50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9년 만의 감소세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잔액은 853억8140억원에서 925조981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추세는 올해 상반기 중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중동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고 전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