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암담하던 롯데 자이언츠 타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5연패로 침체됐던 분위기도 3연승의 대반전을 이뤘다.
그 주인공은 2루수로 변신한 고승민이다. 고승민은 지난 4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2루수로 출전중이다. 지난 2019년 이후 5년만이다.
고승민은 5경기에서 타율 5할7푼9리(19타수 11안타)의 폭발적인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2루타 3개, 3루타 하나를 치며 롯데 타선에 특히 부족했던 장타에 무게감을 더했다.
롯데의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722로 여전히 10개 구단 중 꼴찌다. 하지만 고승민이 맹활약한 최근 5경기만 보면 팀타율(3할1푼9리) 장타율(5할1푼6리) OPS(0.878) 전체 1위다. 고승민은 손호영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적지않은 굴곡을 겪었다. 2019년 2차 1라운드(전체 8번)으로 롯데에 입단할 때만 해도 1m89의 당당한 체격을 살린 대형 2루수로 주목받았다. 특히 타격 재능은 단연 팀내에서도 첫손 꼽히는 확신의 유망주였다.
빠르게 군복무를 마친 뒤 돌아온 2022시즌의 변모는 엄청났다. 포지션 교통정리 과정에서 타격을 살리기 위해 우익수로 옮겼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로 순조롭게 적응했다.
반면 뜨거운 기대와 함께 시작한 전반기엔 타율 1할9푼8리로 추락했다. 하지만 후반기엔 무려 4할1푼4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신뢰에 보답했다. 3할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0.8을 넘기며 타선의 미래로 자리잡았다. 리그 톱을 다투는 타구 속도는 하드 히트, 배럴 타구를 추구하는 최신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상승만큼이나 추락도 급격했다. 지난해 고승민은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타격에 변화를 줬다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타율이 2할2푼4리까지 폭락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1루수로의 포지션 변경도 적지 않은 혼란을 줬다. 외야로 전향한 계기였던 뛰어난 운동능력도 아까웠다.
올시즌을 앞두곤 본 포지션인 2루수 복귀를 준비했다. FA 안치홍의 이탈로 빈 내야 한자리, 무게감이 떨어지는 타선 보강을 위해 김태형 롯데 감독이 꺼내든 카드였다. '파워포지션이 흔들린다'는 김태형 감독의 지적에 따라 타격폼 고정도 거쳤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매서운 타격감(타율 4할7푼4리)을 과시했다. 주전 좌익수로 예정됐던 김민석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뜨거웠던 방망이는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식어버렸다. 개막 첫 열흘간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고, 한달 가까이 2군 생활을 해야했다.
덕분에 자신의 스윙을 되찾았다. 지난달 26일 1군에 복귀한 후론 한결 날카로워진 스윙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2019년 9월 이후 4년 7개월여만의 2루수 복귀가 날개를 달았다. 처음부터 '생각보다 곧잘 한다'는 사령탑의 평가를 받았던 그의 2루 수비다. 워낙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녔다보니 강습 타구에도 잘 적응하는 모습. 그 기세를 타석에서도 뽐내고 있다.
특히 2일 키움전 이후 7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입단 당시 '호타준족을 겸비한 대형 2루수'라던 가능성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