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스무살 태극전사들이 짊어지기엔 너무도 무거운 짐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회 1~3위 팀에 주어지는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을 노렸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올림픽이란 꿈의 무대를 향해 힘껏 달렸다. 결과는 쓰디 쓴 패배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2001~2004년생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은 무척이나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이영준(김천 상무)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정용 김천 감독은 "(이)영준이가 계속 눈치를 본다. 자기 때문에 패한 것이라고 자책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나도 17세 이하(U-17) 대표팀 코치 시절에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한 적이 있다. 지금 영준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계속 대화하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8강 승부차기에서 아쉬움을 남긴 이강희(경남FC)도 말을 잇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이강희는 지난달 28일 경남과 수원 삼성의 경기장을 찾았다. 선후배 동료들의 걱정에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팬들은 그를 향해 '장하다 대한의 건아 이강희!'라는 걸개를 걸어 위로했다. 박동혁 경남 감독은 "그런 경험이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 큰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그런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 아픔을 겪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올림픽 꿈을 이루지 못한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의 실패가 끝은 아니다. 더욱이 이번 대회 책임은 선수들이 온전히 짊어질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2년 전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성용(FC서울)은 "실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림픽의 기회는 놓쳤지만 이 시간을 발전의 시간 삼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실망, 좌절하지 않고 아쉬움을 다시 채찍질 해서 앞으로 좋은 기회를 살리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