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 타이거즈가 LG 트윈스를 꺾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극적 역전승이라 기쁨이 두 배였다.
KIA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장단 16안타를 몰아치고 10대7로 역전승, 3연전 스윕패 위기에서 탈출했다.
주중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스윕하며 기세를 올린 KIA. 구단 역대 최소 경기(27경기) 20승 고지 정복으로 기분 좋게 잠실로 넘어왔다. 하지만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내주며 시즌 첫 3연전 스윕패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KIA가 왜 강팀인지 이날 증명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대를 물고 늘어져 귀중한 승리를 낚아냈다.
시작은 KIA가 좋았다. 1회 시작부터 김선빈의 안타, 이창진의 볼넷으로 찬스를 만들었다. '뜨거운 스타' 김도영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번 최형우가 선제 스리런포를 날렸다. LG 선발 손주영의 공을 밀어쳤는데, 타구가 좌측 파울 폴대 쪽으로 날아갔다. 분명 파울 폴대 바깥에 떨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3루심 이기중 심판이 파울을 선언했다. 하지만 나머지 심판들이 황급히 사인을 줬고, 이 심판은 어색하게 넓게 벌렸던 손을 돌리기 시작했다. 홈런이라는 의미.
비디오 판독 결과 타구는 파울 폴대 왼편을 스쳐 지나갔다. 폴대를 맞히면 홈런이다.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즌 첫 스윕 찬스였다. 1회말 박해민과 문성주 테이블세터 연속 안타로 만든 찬스에서 김현수의 내야 땅볼 타점으로 추격에 나섰다. 3회에는 문성주의 희생플라이 타점까지 더해져 턱밑 추격을 했다.
그러자 KIA가 다시 달아났다. 이날 LG 선발 손주영은 구위는 좋았으나, 제구가 들쭉날쭉 했다. 1사 후 소크라테스에 사구를 내준 게 뼈아팠다. 이후 최원준, 한준수, 박찬호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고 2실점 했다.
그런데 LG가 5회말 5득점 빅이닝을 완성했다. 호투하던 KIA 선발 크로우의 힘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선두 신민재의 안타와 도루에 이어 박해민의 땅볼로 1사 3루. 여기서 문성주의 적시타가 터졌다. 김현수까지 안타로 나가고 4번 오스틴은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찬스가 LG에 찾아왔다. 타석에는 최근 엄청난 타격 기술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거포 김범석. 김범석은 크로우의 공에 타이밍이 늦었는데, 가진 힘으로 공을 밀어내버렸다. 빗맞은 타구는 밀렸지만, 절묘하게 1루 파울라인 선상 안에 떨어졌다. 3타점 싹쓸이 2루타. LG가 역전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KIA는 투수를 급하게 이준영으로 교체했지만, 오지환이 추가 1타점 2루타까지 날렸다. LG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듯 했다. LG는 6회 선발 손주영에 이어 임찬규를 불펜으로 1이닝 투입하는 강수를 두는 등 분위기를 가져오려 애썼다.
하지만 이대로 만원 관중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KIA가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7회가 승부처였다. LG 바뀐 투수 박명근이 불안했다. 김선빈의 안타와 이날 1군에 전격 합류한 대타 나성범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도영이 욕심을 내지 않고 기습 번트를 댔다. 자신이 죽어도 주자들이 2, 3루만 가도 성공이었다. 센스 넘치는 플레이였다. 이에 당황한 LG 수비가 김도영의 번트 타구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고, 안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루 주자를 잡으려 욕심을 낸 LG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외야로 날아가며 KIA는 득점에 주자들이 모두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이어 등장한 최형우가 2, 3루 찬스서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가볍게 2루쪽으로 팀배팅해 1타점을 보탰으며, 동점 상황 이우성이 3루주자까지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쳐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기세를 탄 KIA는 8회 나성범의 대주자로 들어왔던 김호령까지 쐐기 적시타를 쳐내며 승리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9회 전의를 상실한 LG의 실책 퍼레이드에 손쉽게 추가 쐐기점을 얻었다.
KIA는 선발 크로우가 부진했지만, 5회 역전을 내준 상황에서 과감하게 이준영, 장현식 필승조들을 내며 실점을 최소화해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하루 뒤 휴식이 있기에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총력전을 선언했었다. KIA는 최지민, 전상현, 곽도규에 마무리 정해영까지 투입해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주말 연투, 멀티이닝을 던졌던 김유영, 김대현, 이우찬, 유영찬 등 필승조들을 빼고 이날 경기에 나섰는데 기대했던 박명근과 정우영 등이 부진하며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잠실구장은 이날도 2만375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찼다. 3연전 모두 매진. 포스트시즌 느낌이 물씬나는 분위기 속 양팀이 엄청난 혈전을 펼쳤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