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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고 싶었는데..." 꼬여가던 실타래... 완장 버린 롤렉스맨의 마수걸이포가 모두를 살렸다. "느낌은 오늘이 제일 좋았다"[대구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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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정말 필요한 순간에 한방이 터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 9회초 역전 스리런 홈런을 모르는 KBO리그 팬은 없을 것이다. 그 한방이 한국시리즈의 운명을 갈랐고, 그 주인공이 결국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찼다. 바로 LG 트윈스의 오지환.

올시즌 힘들게 출발한 오지환은 주장 완장을 반납하고 야구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타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LG 타선은 오지환처럼 들쭉날쭉했다. 터질땐 무서울 정도로 한꺼번에 안타가 모였고, 아닐 땐 LG 타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침묵했다.

24일 LG는 치욕적일 정도로 빈타에 허덕였다.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선발 좌완 이승현에게 5회까지 삼진 8개를 당하면서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볼넷을 6개나 얻어냈지만 안타를 못치니 득점을 못했다. 6회 김범석이 안타를 하나 쳤지만 그게 팀의 유일한 안타가 될 줄은 몰랐다. 이후에도 LG의 빈타는 계속됐고 결국 0대6의 완패. 김빔석의 안타가 없었다면 삼성에 팀 노히트 노런을 당할뻔 했다. 23일엔 임찬규가 5회까지 잘던지면서 3-0으로 앞서다가 6회 대거 7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했고, 24일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패한 상황. 13승2무13패로 승률이 5할로 다시 내려온 상황에서 자칫 삼성에 스윕패를 당하면 분위기가 바닥으로 내려갈 것이 뻔했다.

이날 선발은 최원태. 삼성은 고졸 2년차 유망주 이호성이었다. 선발의 무게감을 볼 때 LG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 이것이 오히려 더 부담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LG에게 선취점이 필요했다. 자칫 선취점을 뺏기면 끌려다닐 수도 있는 상황.

1회초 홍창기의 안타에 김현수의 안타가 터져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뻔했는데 1루주자 홍창기가 3루로 뛰다가 우익수 이성규의 송구에 아웃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분명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2회초. 선두 문보경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어린 이호성에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삼진. 이어 동기생이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김범석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이호성에겐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신호가 쌓이고 있었다.

이때 오지환의 한방이 터졌다. 2회초 2사후 7번 타자로 등장한 오지환은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이호성이 뿌린 145㎞의 몸쪽 낮은 직구를 걷어올렸다. 치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고, 공은 빠르게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꽂혔다. 선제 솔로포.

LG가 선취점을 뽑으면서 앞서가는 순간이었다. 선발 최원태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면서 상대 선발 이호성의 살아나는 기를 눌렀다. 오지환에게도 의미가 큰 홈런이었다. 올시즌 1호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이후 볼넷으로 한차례 더 출루했으나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4타수 1안타 1타점. 그러나 굉장히 의미가 큰 선제 결승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팀의 8대2 승리를 이끌어다.

오지환은 경기후 "너무 잘하고 싶었는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부담이 있었다. 오늘은 좋은 승리를 가져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전으로 4타석을 기본으로 나가면서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부터 도움이 많이 못돼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타석에서 좀 더 자신있게 공격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오지환은 "즐기고 이겨야 하는데 계속 지다 보면 생각할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오늘도 홈런을 제외하고는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 그래도 느낌은 오늘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정에 함께 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팬들에 대한 성원에 감사함도 잊지 않은 오지환은 "응원해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