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0%의 기적이 이뤄졌다. 정규리그 5위 KCC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KBL 역사상 정규리그 5위가 챔프전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KCC는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정규리그 1위 원주 DB를 80대63으로 완파했다.
6강에서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물리친 KCC는 4강에서 DB마저 3승1패로 물리치고 '슈퍼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KCC는 창원 LG-수원 KT전 승자와 챔프전을 치른다.
묘한 분위기였다.
원주 DB는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뒤 KBL에 심판 설명회를 요청했다. 주전 센터 김종규의 5반칙 퇴장을 비롯, 40개의 장면에 대해 심판 설명회를 요청했다.
김종규에게 2개의 오심이 있다고 KBL은 인정했고, 총 10개의 오심을 인정했다.
KBL 심판진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부분의 몸 터치는 허용하는 하드 콜. 그런데 4강 2차전부터 콜이 소프트해졌다. DB는 심판설명회를 통해 "판정 기준이 다르게 적용됐다"고 비판했다.
4차전 경기 직전 DB 김주성 감독은 "판정에 대해 선수들은 신경쓰면 안된다"고 했다. KCC 전창진 감독도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의 승리가 마치 판정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선수들 중 이런 분위기에 민감한 선수들도 있다. 2차전이 끝난 뒤 우리 역시 판정에 대해 질의를 했다. 하지만, 공개하진 않았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4차전은 초반 판정 기준이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
▶전반전
초반, 양팀은 접전이었다. 일단 콜은 '하드콜'로 회귀했다. 3차전과 달리 웬만한 몸 접촉은 불리지 않았다. 명확한 실린더를 침범하는 파울만 휘슬이 울렸다.
양팀 선수들 모두 판정기준이 혼란한 상황에서 강인한 집중력을 보였다.
KCC는 초반부터 라건아와 최준용이 DB의 골밑을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김영현이 라건아의 팔을 끼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DB는 로슨이 돌파와 3점포로 공격 활로를 뚫었다. 이선 알바노가 깨끗한 돌파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단, 로슨의 공격 효율은 약간의 균열이 일어났다. 송교창과 최준용의 높이가 부담이었다. 골밑슛이 돌아나왔다.
KCC의 수비가 상당히 끈끈했다. 라건아는 잇따라 블록슛을 성공시키면서 수비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김종규의 공격자 파울이 나왔다. 이호현의 굿 디펜스였다. 로슨의 실책이 송교창의 속공 득점으로 연결됐다. 1쿼터 막판 로슨의 3점슛을 블록한 라건아가 포효를 했다. 1쿼터에만 3블록이었다.
21-15 KCC의 리드로 1쿼터가 종료됐다.
2쿼터 DB는 박인웅이 가세했다. 연속 4득점. 하지만 라건아의 3점포가 터졌다. 또 다시 라건아의 블록이 나왔다.
완벽한 패턴에 의한 이승현의 미드 점퍼가 터졌다. 그러자 DB는 강상재의 돌파에 의한 위디의 골밑슛으로 응수.
라건아의 골밑슛이 실패했다. 위디의 높이가 부담이었다. 박인웅의 속공 성공, 26-24, DB의 2점 차 추격.
그러자, KCC는 알리제 존슨으로 '기어'를 바꿨다.
DB는 3차전 막판 존슨과 위디의 매치업에서 '새깅 디펜스'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존슨에게 오픈 3점포가 쉽게 났다. 자신있게 올라갔지만, 불발. 하지만, 이승현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또 다시 존슨에게 오픈 3점포 찬스가 났다. 또 다시 올라갔다. 그대로 림 통과.
위디가 높이를 이용한 2득점. 그런데, 이번에도 존슨에게 오픈 3점슛 찬스가 났다. 이번에도 올라갔다. 림 통과.
DB 입장에서는 심리적 타격이 있었다. KCC 최준용은 존슨에게 몸통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32-26, 8점 차 KCC 리드. DB의 작전 타임.
로슨과 알바노가 투입됐다.
에피스톨라가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알바노를 밀착마크. 김종규가 스크린 지원을 왔다. 하지만 공격자 파울. 일리건 스크린이었다.
그런데, KCC의 3점슛의 부정확했다.
DB는 알바노의 속공 상황에서 에피스톨라의 U파울. 다시 흐름을 되돌렸다. 자유투 2득점. 단, 그 다음 공격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자 KCC는 존슨이 로슨을 따돌리면서 골밑슛 성공.
DB는 반격이 필요했다. 알바노가 완벽하게 골밑 돌파. 하지만 레이업 슛이 돌아나왔다. KCC의 속공. 이호현의 레이업슛이 빗나갔고, 송교창의 풋백 레이업 슛도 빗나갔다. 하지만, 또 다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존슨이 기어이 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38-32, 6점 차 KCC이 리드로 전반 종료.
전반, DB는 로슨과 알바노가 고군분투했지만, 경기를 지배하진 못했다. 박인웅이 강력한 움직임으로 DB 코어에 적극적 지원. 단, 김종규와 강상재는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
KCC는 이호현과 라건아의 좋은 수비, 2쿼터 알리제 존슨의 상대 새깅 디펜스를 무력화시키는 3점슛 2방으로 기세를 올렸다. 게다가 KCC 벤치는 강력한 로테이션으로 후반 체력전을 대비했다.
라건아, 에피스톨라 뿐만 아니라 최준용, 송교창에게도 효과적 휴식을 주면서 후반 승부처를 대비했다. 전반, KCC가 확실히 기세를 잡아냈다.
1승2패로 몰린 DB는 전반 강력한 에너지 레벨로 대응했지만, KCC의 '슈퍼 로테이션'에 의한 에너지 레벨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후반전
KCC는 라건아를 다시 투입, DB는 위디가 먼저 나왔다.
DB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위디가 전반과 마찬가지로 스크린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 김종규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았지만, 실책으로 또 다시 공격권을 내줬다. 단, 위디가 골밑에 버티자, 라건아의 골밑 공격이 주춤하는 효과가 있었다. 송교창이 미드 점퍼로 후반 첫 득점을 올렸다.
위디가 들어가자 수비는 강화됐지만, 문제는 공격이었다. 알바노의 2대2 공격은, 1차전부터 KCC의 적극적 헷지 수비로 막힌 상태. 김종규가 미드 점퍼를 날렸지만, 실패. 그러자, 라건아가 위디의 좁은 수비 범위를 공략했다. 3점포를 터뜨렸다. 43-32, 11점 차 리드. 골밑 공격이 여의치 않자, 3점포로 공격 활로를 뚫었다. DB의 딜레마가 가중될 수 있는 상황. DB의 작전타임.
알바노가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점퍼. 실패했다. 송교창의 골밑슛. 최준용의 3점포까지 터졌다. 48-34, 14점 차까지 벌어졌다.
이때 송교창이 발부상으로 교체. 하지만, 이승현이 들어왔다. KCC 슈퍼 로테이션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허 웅이 들어갔지만, 정창영이 투입됐다.
강상재가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지만, 이번에는 이승현의 3점포가 림을 통과했다. 51-36, 15점 차 KCC의 리드. 이승현이 잇따라 공격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팀 사기를 높였다.
KCC는 송교창과 허 웅이 없었지만, 이승현과 정창영이 들어오면서 수비는 여전히 탄탄했다. DB는 로슨에서 파생되는 공격을 감행했지만, 서민수의 코너 3점포가 림을 빗나갔다.
반면, KCC의 공격 루트는 확실했다. 라건아에게 볼을 투입, DB는 더블팀을 오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외곽 오픈 찬스가 생긴다. DB가 로테이션을 돌지만, 노련한 KCC 선수들은 이 부분의 허점을 찔렀다.
라건아의 패스를 받은 이승현이 돌파, 파울 자유투를 얻었다. 2득점.
반면, DB는 대부분의 공격 루트가 막힌 상태였다. 강상재는 송교창에게 막혔고, 알바노의 2대2는 KCC의 헷지 디펜스에 봉쇄된 상황. 게다가 이승현이 로슨을 치열한 몸싸움을 통해 제대로 막았다. 돌파를 하면, 라건아가 헬프를 순식간에 오는 상황. 결국 로슨은 골밑슛과 3점포를 잇따라 실패.
3쿼터 막판 서민수가 코너 3점포를 터뜨리면서 DB는 11점차(44-55)로 3쿼터를 종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DB 입장에서는 4쿼터 초반이 중요했다. 알바노가 골밑 돌파와 함께 반칙으로 인한 추가 자유투까지 넣었다. 그러자, KCC는 이호현 대신 이번 4강 시리즈에서 알바노를 밀착마크한 에피스톨라를 투입했다.
8점 차까지 DB가 추격한 상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KCC 최준용은 24초 공격 제한 시간이 쫓겨 던진 딥 3가 백보드를 맞고 림에 빨려 들어갔다. 송교창이 골밑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라건아가 상대 더블팀을 역이용, 베이스라인 컷 인을 하는 에피스톨라에게 연결했다. 깨끗한 2득점. 60-47, 13점 차로 다시 리드가 벌어졌다. 김종규가 스크린 도중 또 다시 파울을 범했다. 5반칙 퇴장이었다.
로슨이 3점포로 고군분투. 10점 차. 허 웅이 알바노의 밀착마크를 뚫고, 미드 점퍼를 성공, 파울까지 얻어냈다. 알바노는 "왜 파울이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여기에서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 로슨의 공격 효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DB는 드라이브 앤 킥에 의한 3점포, 알바노와 로슨의 스크린에 의한 3점포가 주요 공격 루트였지만, 이미 KCC의 수비가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12점 차 안팎에서 더 이상 점수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KCC는 라건아,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허 웅, 에피스톨라, 정창영, 이호현까지 정확하게 제 역할을 했다. 강력한 전력에 공수 조직력까지 갖췄다. 강력한 슈퍼 로테이션으로 DB를 압도했다.
단기전, 너무나 무서운 팀으로 변신했다. 슈퍼 로테이션으로 체력적 부담감을 최소화하면서, KCC 벤치는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공수 전술을 쓰고 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 조직력과 끈끈함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정규리그 1위 DB를 물리친 원동력이다. 단기전 가장 뛰어난 X펙터로 자리매김한 에피스톨라를 비롯해, 4차전에서는 이호현도 끈끈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최준용과 송교창은 리그 최고의 윙맨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건아까지 강력한 높이를 자랑한다. DB의 강점인 프론트 코트(로슨, 강상재, 김종규)와의 맞대결에서 사실상 압도했다.
여기에 이승현이 있고, 클러치 능력이 돋보이는 허 웅도 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터질 지 모르는 농구를 하고 있다.
DB는 올 시즌 정규리그 승자였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DB는 올 시즌 로슨과 알바노, 그리고 강상재와 김종규 등이 코어를 이루면서 강력한 모습을 자랑했다. 하지만, 단기전인 4강 플레이오프에서 라건아에 고전하면서 골밑 수비의 약점을 드러냈고, 결국 KCC에 분루를 삼켰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