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게 호날두야 전병관이야.
전북이 서울전 21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전북 전병관은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빙의한듯한 시저스킥으로 수호신(서울 서포트저)을 침묵시켰다.
전북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 서울 원정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송민규 이영재 전병관이 멋진 골을 터뜨렸다. 전북은 서울전 2017년 7월 2일 1대2 패배 이후 서울을 상대로 진 적이 없다. 약 7년 동안 상대전적 21전 16승 5무승부 절대우위를 이어갔다.
서울은 이번에야말로 악몽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나왔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작년에 포항을 지휘하면서 전북전 3승 1무였다. 서울은 전북을 이기지 못했지만 전북은 김기동을 이기지 못했던 공교로운 상황이었다.
경기에 앞서 김기동 감독은 예감이 좋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작년에 전북한테 3승 1무다. 그리고 비오는 날에 진 적이 없다. 마침 오늘 비도 오고 좋은 기운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샤머니즘은 아니고.."라며 웃었다.
하지만 서울은 초반부터 어처구니없이 한 방을 얻어맞고 시작했다. 전반 7분 전북의 압박을 피해 후방에서 공을 돌렸다. 권완규가 서울 진영 왼쪽에서 골키퍼 최철원에게 패스했다. 최철원은 우측에 있던 황현수를 봤다. 전북 송민규가 패스 경로를 예측해 강력하게 압박했다. 최철원은 정직하게 황현수에게 공을 내주려다가 송민규의 태클에 당했다. 허무하게 첫 골이 터졌다.
서울은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간단하게 동점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이 골문을 향해 감아 찬 공을 일류첸코가 앞으로 잘라 들어가며 방향만 바꿨다. 전북 골키퍼 정민기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서울은 26분 기가막힌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윙백 최준의 허슬플레이가 눈부셨다. 최준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갈 듯한 공을 몸을 날려 살렸다. 조영욱이 볼을 잡아 전북의 우측을 돌파했다. 중앙으로 쇄도하던 팔로세비치가 조영욱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원터치로 때렸다.
서울은 또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다. 39분 기성용이 센터서클 뒤에서 볼 키핑 실수를 저질렀다. 전북 송민규 앞으로 공이 흘렀다. 송민규는 우측 전방 빈공간을 파고드는 이영재에게 정확히 패스했다. 이영재는 짧은 드리블로 슈팅 각도를 만든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가까운 골대를 노렸다. 슈팅이 워낙 빨라 최철원이 막을 수 없었다.
2-2로 맞선 후반 4분, 전북의 원더골이 터졌다. 우측에서 날아오는 크로스를 전병관이 매의 눈으로 기다렸다. 전병관은 시저스킥으로 서울의 골문을 열었다. 벤치에서 응원하던 전북 선수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와 함께 기뻐했을 정도로 멋진 그림이었다.
이 골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오히려 전북이 기세를 타면서 서울은 7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졌지만 서울은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며 이렇다 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상암=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