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결국은 높은 쪽 승부, 도대체 투수-타자 누구한테 유리한 것인가.
2024 시즌 KBO리그 최대 화두, ABS(로봇심판)이다. 기존 야구의 틀을 아예 깨버리는 대혁신. 어떤 제도든 처음 들어올 때는 찬-반이 갈린다.
하지만 ABS는 누구도 쉽게 반대 얘기를 꺼내기 힘들었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니 대놓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야구의 낭만이 사라진다' 정도의 의견이 나오는 정도였지, 포지션 상관 없이 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였다.
프로는 승리가 목표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분석해야 한다.
이제는 ABS도 연구해야 하는 시대다. 도입 첫 시즌이다 보니 ABS가 어느 존을 잡아주고, 안잡아주는지 파악이 급선무였다. 투수는 어디로 던져야 타자가 치기 힘들면서, 동시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었다.
개막 후 10경기 정도씩을 치른 시점. 감독, 코치,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얘기가 많이 오르내리는 건 '높은 존'이다. 당초 ABS 시험 가동 때는 낮은 쪽이 핵심이 될 줄 알았다. 커브가 땅에 박히는 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 포수가 어느 위치에서 잡든, 존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인 ABS 시스템 상 흘러나가고,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걸로 보였다.
그런데 정작 경기를 치러보니 'ABS는 낮은 쪽은 인색한 반면 높은 쪽에 후한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결국 그 존에서 투수와 타자가 승부를 내야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 각각이다.
우선 돌풍의 팀 한화는 ABS를 반긴다. 최원호 감독은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이 공이 다 빠르다. 높은 쪽 존은 빠른 공이 들어가면 타자가 치기 힘들다. 우리 팀 성적이 초반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한화는 필승조 주현상, 한승혁, 김범수에 마무리 박상원까지 다 150km대 강속구를 뿌린다.
NC 강인권 감독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며 최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빠른 공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강 감독은 "투수는 높은 쪽으로 던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런데 거기에 던지다 들어가는 실투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보통, 타자가 가장 치기 좋은 실투가 한가운데에서 약간 높은 쪽으로 들어오는 공이다. 올시즌 KBO리그는 초반 타고투저 흐름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강 감독은 이 높은 쪽 실투 여파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사실 ABS 원리상 투수가 유리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시즌 초반 장타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공인구 반발 계수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장타가 많이 나온다는 건 공이 높은 쪽으로 몰린다는 의미다.
SSG 랜더스 배영수 투수코치가 이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려줬다. 배 코치는 "무조건 세게 던진다고 유리한 게 아니다. 우리 팀도 스프링캠프에서 높은 쪽을 이용해보려고 연습을 많이 시켰는데, 실전에서는 원하는 대로 공이 가지 않더라. 결국 어디가 유리한지 알아도, 던질 수 있어야 유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