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100% 전력을 가동한다"(SK 전희철 감독) "이타심으로 기적에 도전하겠다"(KCC 전창진 감독)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가 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정규리그 4위 SK와 5위 KCC의 대결로 막을 올린다.
양팀은 정확히 1년 전에도 6강 PO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당시에는 SK가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KCC를 완벽히 무너트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전적일 뿐이다. 올 시즌 양팀의 전력 구성이 크게 달라진 만큼 결과는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양팀 사령탑은 지난 2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3대0으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이건 결코 상대를 만만하게 보고 한 말은 아니다. 6강 PO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미리 힘을 다 쓰고 싶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이다. 오히려 상대를 어렵게 평가하고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양팀 감독과 대표선수들의 말 속에는 이번 6강 PO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관전 포인트들이 숨어 있다. 이 키워드로 6강 PO를 전망해본다.
▶베스트 vs 베스트
이번 시즌 KBL리그는 부상과의 전쟁이었다. 지난해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여파로 거의 모든 팀이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SK와 KCC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멤버 구성 덕분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렸지만, 부상 여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이번 6강 PO를 앞두고 비로소 '완전체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전희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안영준과 최원혁이 합류해 처음으로 12명 전원이 함께 나선다. 100% 전력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 것은 KCC도 마찬가지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최준용과 송교창이 나란히 합류해 출전을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베스트'와 '베스트'가 맞붙는 셈이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일단 KCC가 4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베스트 전력으로 부딪혔을 때의 결과는 과연 어떨 지 주목된다.
▶'워니' vs '건아'
단기전 승부의 핵심 포인트는 상대 주득점원의 봉쇄에 있다. 그런 면에서 KCC의 '대 SK전 공략포인트'는 너무나 확실하다. 전창진 감독은 PO 미디어데이에서 "1~4위 팀에는 전부 확실한 스코어러들이 있다. SK도 자밀 워니가 있다. 이 선수를 막는 게 항상 힘들다"면서 "이번에는 라건아가 잘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KCC 허웅 역시 "라건아가 PO에서 150% 활약하겠다고 말했다. 워니를 잘 막아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SK는 워니와 김선형의 투맨 게임과 빠른 스피드를 강점으로 보이는 팀이다. 늘 SK를 상대하는 팀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오지만, 알면서도 잘 못 막는 게 워니다. 전희철 감독 역시 "다른 선수들도 컨디션을 회복했기 때문에 워니를 잘 도와줄 것"이라며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결국 두 팀의 6강 PO에서 최대 격전지는 워니와 라건아의 매치업이 될 전망이다. 또한 여기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다.
▶'맑눈광' 최준용 vs 'SK 옛동료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KCC 최준용과 SK의 옛 동료들 사이의 기싸움과 기량 대결이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까지 SK의 핵심선수로 맹활약하다 FA로 KCC에 이적했다. 이적 후에는 SK를 향해 '노인즈'라는 표현을 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최준용은 이번 시즌 SK와 경기할 때 더욱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KCC 허웅은 PO에 임하는 '6자 각오'로 '최준용미쳤다'를 들고 나왔다. 이유에 대해 "PO에서는 좋은 의미로 미친 선수가 나와야 잘 풀리는데, 최준용이 미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말로'맑눈광(맑은 눈의 광인)'같은 플레이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최준용을 경계하는 건 SK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SK 대표선수 자격으로 나온 오재현도 "(최)준용이 형이 SK와 할 때 더 열심히 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우리는 (안)영준이 형을 믿는다. 잘 막아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코트 위 대결과 기세싸움 또한 이번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가르는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