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투수를 안 했다면, 아마 지금은 야구를 안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한화 이글스의 돌풍, 이 선수를 빼고 얘기할 수 있을까.
7연승 단독 1위 신바람. 그라운드에 나오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를 꼽자면 타자 중에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꼽을 수 있다. 8경기 타율 5할1푼7리 4홈런 7타점 엄청난 활약.
투수에서는 이 선수가 최고다. '필승조' 주현상이다. 5경기 6⅓이닝을 던지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0.00.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최원호 감독은 마무리 박상원 이전 가장 중요한 순간 주현상을 찾는다. 보통 제일 센 불펜 투수가 8회를 책임지는데, 최 감독은 30일 KT전의 경우 승부처로 보이는 6회 주현상을 조기 투입해 KT 흐름을 끊어버리는 용병술을 발휘했다.
한화가 시즌 초반 강력한 선발 야구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투수들이 모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건 주현상이 뒤에서 버텨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현상은 "지금까지는 그래도 야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만족하고 있다. 작년에는 초반에 안좋았었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잘하니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주현상은 사연 많은 선수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5년 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했다. 당시에는 야수였다. 신인 시즌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들어 103경기를 뛰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병역 의무를 수행한 후, 2020 시즌을 앞두고 파격 선택을 했다. 투수로의 포지션 전환. 첫 시즌은 부상과 적응으로 1군에서 뛰지 못했다. 2021 시즌부터 야구 인생 2막이 시작됐다. 43경기를 뛰며 불펜 투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2 시즌을 거쳐 지난 시즌에는 2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1.96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기고 필승조로 신분이 격상됐다. 150km의 빠른 공에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지난 시즌 상승세가 올시즌 초반에도 확실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현상은 2019년 당시의 선택에 대해 "아마 그 때 투수로 전향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야구를 안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주변은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주현상은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던지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좋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상황에 계속 올라가는 투수가 됐다.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있다. 어떤 이닝에 던지는 건 상관 없다. 언제든 준비를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현상은 달라진 한화에 대해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다. 고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한테 좋은 얘기를 해주고, 잘 따르는 모습에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는 선발 투수들이 너무 잘해주니, 경기 후반 준비가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